ARTIST NOTE
2020-02-10 김병균 국문 작가노트

영화 아바타에는 영혼의 나무가 등장한다.

판도라 행성 중심부에 우뚝 솟은 신목(神木)으로 우주의 여신 에이와와 나비족 조상들의 영령이 이 속에 깃들어 있는데,

빛이 나는 수많은 가지를 통해서 신의 소리를 들려주고 나비족의 소망을 이뤄주는 기적의 나무다.

이 신비한 영혼의 나무가 우리 가까이에도 있었다. 최근 내 작업의 주제를 이루는 당산나무들은

감나무, 느티나무, 버드나무, 은행나무, 떡깔나무 등으로 옛 사람들은 이 나무들을 당산나무라 불렀다.

당산(堂山)이란 한 마을의 지킴이신을 모신 성역을 말하는데, 당산나무는 그곳에 서있는 신격화 된 나무이다.

이것은 마을을 지켜주는 신이 깃들여 있는 나무로 모셔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마을을 지키는 신 그 자체이기도 했었다.

수 천 년 이어온 농경사회에서 급격한 산업사회를 거쳐 신자유주의 현시대에 이르기까지, 신목에서 근대에 이르러 미신(迷信)으로 그 가치가 평가절하 되었고 

이제는 아늑한 휴식의 그늘을 제공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예전엔 명절이나 마을 행사가 있을 때에는 당산나무 아래에 모여서 다 같이 소원을 빌며 제를 지낸 후 음식을 나눠먹고

가무를 즐기던 우리네 이웃들이 이제는 함께 있어도 고독한, ‘더불어 고독한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문명의 발달은 인간 내면 고독의 동굴을 더욱 깊숙히 파고들게 만드는 역효과를 냈다. 그러함에 나의 작은 붓질은 우리네 공동체성 회복을 염원한다.

한반도 곳곳의 우리네 당산나무들은 한국인의 삶과 애환을 함께 해온 소중한 우리의 자산이었다. 전통산수화를 근간으로 하되 문인화적 여백의 활용과,

푸른 나무의 색을 강조하기 위하여 수묵으로 밑 작업 후, 내광성이 강한 안료로 겹겹이 채색함으로서 보존성을 높여 그 상징성과 의미를 더하고자 하였다.

판도라 행성의 나비족이 영혼의 나무로 신과 소통하듯이 우리 조상들도 마을의 당산나무를 신령한 것으로 여기고 소통해왔다.

당산나무는 풍요와 평안을 비는 신목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마을 사람들의 회합(會合)할 수 있는 구심점이 되는 정자나무였다.

마을 어느 누구도 당산나무 보다 오래 산 이는 없었다. 그래서 당산나무는 그 마을 최고 어른으로 마을 사람들의 존중을 받았다.

그리고 나를 지켜주고 소망을 이뤄주는 영혼의 나무로 오늘도 하늘을 향해 뻗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 소중한 나무에 내 염원을 담아 붓질을 한다. - 이보 김병균

2020-02-10 김병균 국문작가노트2

오랜 기간동안 선배화가들이 그려왔던 자연풍경을 현대인들은 인터넷과 스마트폰 사진 몇 장으로 쉽게 감상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점점 더 사람들은 풍경·산수화에 쉽게 감흥하지 않는 듯 싶다.

어찌보면 손으로 자연풍경을 그리는 나의 작업이 시대에 뒤떨어진 미련한 작업으로 보일 수 도 있겠다.

하지만 사람 손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들은 거기에서 전해지는 포근함이 있다. 그 포근함은 작가의 의도성일수도 있겠고,

표현방식에서의 손 맛 일 수도 있다. 그 포근함은 사진이나 디지털 이미지와는 다르다.

서양의 하이퍼리얼리즘을 표방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그리는 자연은 인위적으로 재구성하지 않아도 조형적으로 어색하지 않는 자연을 찾는다.

애초부터 자연은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 그것을 바라보는 이의 위치가 다를 뿐이다. 이미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파헤쳐지고 개발된 자연을

미천한 나의 붓으로 쓰다듬어 위로해주고 싶다, 그동안 자연을 통해 휴식과 치유를 받았다면 이제는 인간이 그렇게 해주어할 때다.

오롯히 내 눈을 통해 다른 이에게 자연의 아름다움과 경외심을 전해줄 때, 그리고 거기에 내 손맛의 포근함이 전해진다면 더 무엇을 바라겠는가....
-2015 가을날 작업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