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Criticism
작가의 면면이 그대로 묻어나는 <열도일주 풍물기행전>-이재언

작가의 면면이 그대로 묻어나는 <열도일주 풍물기행전>

 <고데기>(高德里) 시리즈와 연작으로 유명한 서양화가 김명식 회화의 영감은 언제나 자연에서 발원된다. 
자연은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이지만, 그 자연이라는 것도 각각이 경험하는 한계 내에서의 것이기 마련이다. 
작가의 자연이 인간의 발걸음을 허락지 않는 청정무구의 자연을 벗 삼으며 사색하고 관조하는 그런 류의 목가적이고 평화로운 이상향으로 그려지는 대상은 아니다. 
작가에게 화두가 되는 자연은 인간이 한 번도 발을 디딘 적이 없는 원시적 자연이라기보다는, 우리가 가까이서 마주할 수 있으며, 상당 부분 문명과 어느 정도의 긴장 관계 속에 있는 자연이다. 
누가 뭐래도 작가는 인간과 자연이 아름다운 상생의 삶을 누리는 이상을 꿈꾸는 예술가이다. 
  
 고데기 시리즈에서 보듯 작가는 난개발에 의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고향의 자연을 그리워하면서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기억들을 떠올리게 하는 담담하고도 비장한 필치로 그려내곤 했다. 
모종의 상실이 주는 아픔은 담장 안에 웅크리고 피어 있는 이름 없는 꽃들조차도 그립게 한다. 
개발 이후 그 어떤 고대광실의 안락함으로도 달랠 수 없는 상실감이야말로 이름도 없이 피어 있는 꽃들에 애착을 품게 했던 것이다. 
그러한 심리적 배경 때문일까, 평온한 대상의 이미지와는 대조적으로 배경의 표정들이 예사롭지 않다. 내면에서 분출하는 무언가를 애절하게 토로하는 듯, 뭉클하게 잡히는 것이 있다. 
  
 2천년대 접어들어 작가가 교환교수로 뉴욕에 체류하면서부터 <이스트사이드 스토리>연작이 시작되었다. 이때부터 작가의 화면은 보다 도시적인 이미지들이 오버랩되기 시작한다. 
자연 위에 터를 잡은 문명 혹은 공동체가 중요한 화두로 등장한다. 작가도 피력한 것처럼 <고데기> 연작이 뜰 안의 자연이었다면, <이스트사이드 스토리>는 뜰 밖의 자연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자연 자체의 이미지는 상당 부분 생략되거나 숨겨지지만 자연에 대한 관심과 애착은 자연스럽게 인종 혹은 지역 문제로 옮겨진다. 비슷한 양식의 집들이 줄지어져 있는 가운데 집들의 표정은 의인화되어 있다. 
여러 인종들이 모여 사는 환경 안에서 '자기'의 정체성을 하나의 자연으로 파악함과 동시에, 동서, 빈부, 노소, 흑백이 함께 살아가야 할 공동체의 이상을 담담하게 그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지난 해 일본에 1년간 체류하게 되면서 북쪽의 홋카이도에서부터 남쪽의 규슈까지 일주를 하여 담채 풍물화를 60여 점 그려냈다. 
1년여의 기간 동안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열도인의 삶과 풍경을 직접 답사하여 상큼하고 정감 넘치게 그려낸 것이다. 
마침 구마모토 초대전이 막 끝난 지난 2월, 필자가 규슈 자전거 여행을 갔다가 후쿠오카에서 잠시 만날 기회가 있었다. 오래간만에 만난 작가는 역시 평상시대로 답사, 그림, 전시 등의 세 가지에만 몰입해 있었다. 
뉴욕 체류시에도 그랬던 것처럼 활력적으로 움직임으로써 일본 내  유수 갤러리들에 초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단기 체류자로서 전례가 드문 케이스임에 틀림없다. 
  
 규슈에서 만난 그때 전시 자료와 풍물화 몇 점을 볼 수 있었다. 그림들을 펼쳐든 순간 전에 강한 인상을 준 바 있었던 유럽이나 호주 풍물화들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났다.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보편적 삶을 작가만의 개성적 필치와 색감으로 그려낸 예의 그림들을 다시 볼 수 있어 반가웠다. 
일본 여러 곳에서 전시를 열 때마다 그곳에서의 반응과 열기를 알 수 있는 자료들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일본 애호가들이 한 작가의 작품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대표성 있는 페인팅보다는 판화나 드로잉 등에 더 관심을 많이 갖는 것 같았다. 
가볍게 접근할 수 있으면서도 작가의 진면목이 잘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지금은 동북 대지진과 핵 오염으로 말미암아 언제 다시 전역 답사의 기회가 또 올 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그 컬렉션의 의미가 남다르게 느껴진다. 
계절과 지역별로 다양한 풍물들이 체험적으로 그려진 것이기에 작가의 풍물화가 다른 페인팅과는 또 다른 감흥을 준다. 
이러한 작가의 풍물화나 인체 크로키 등의 습작들은 작가의 페인팅과 종합적으로 묶어서 볼 때 더욱 경험이 고조된다. 
드로잉에는 어떤 양식에 갇히는 느낌의 것을 완전히 털어내고 그야말로 자신의 감정과 감각을 마음껏 발산하며 토로하는 솔직함을 강점으로 하고 있다. 
잘 드러나지 않는 작가의 일상 행적이 그대로 묻어나기도 하고, 작가의 따스한 온기와, 그리고 밑바닥에 내재해 있는 작가의 감각으로부터 생성되는 필치를 통해 교감할 수 있는 신선함이 있는 것이다. 
비록 익히 보아온 대표성 있는 페인팅만큼 밀도를 가지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이 부류의 작업은 밀도보다는 다른 작업에서 보여주지 못한 또 다른 근성과 재능의 면면들을 확인시켜 주게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크로키나 드로잉을 본 상태에서 바라본 <이스트사이드 스토리>와, 보지 못한 상태에서의 것은 분명히 다를 것이다.

  우리는 한 작가가 캔버스에 모든 것을 쏟아낸 대표성 있는 페인팅과 그런 전시에만 익숙해 있다.
 하지만 작가가 일기 쓰듯 소소하고 담담하게 그려낸 드로잉 종류가 곁들어졌을 때, 작가의 진면목이 더 입체적으로 생생하게 조명된다. 
후자의 영양가는 아무래도 제스츄어가 제거된, 보다 솔직한 육필이 살아 있다는 점일 것이다. 마침 이번에 갖는 전시는 작가의 귀국 보고전을 겸한 것으로, 
이전의 <이스트사이드 스토리>과 함께 일본 일주 풍물화들이 함께 출품된다. 선화랑에서 갖는 세 번째 전시지만, 아마도 가장 볼거리가 풍성한 것이 이번이 아닐까 기대된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상생의 이상을 꿈꾸는 작가가 우리에게 역설하는 바로 그 주제들이 이번 전시를 통해 가장 생생하게 전달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식사로 치자면 이제야 우리는 정식을 맛보게 된다는 것이다. 

                                                          이   재   언 (미술평론가)
김명식의 작품세계-야마시타 다카시
김명식의 작품세계

김명식은 1950년 서울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회화학과와 동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으며 현재 동아대학교 예술대학의 회화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최근에는 뉴욕 PS35 Gallery, 중국 상하이의 란리갤러리 초대전과 아트바젤 마이애미,상하이아트페어등 국내외의 수많은 개인전과 세계 유수의 단체전에 참가하며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고있다.

그의 그림의 원점은 도시의 근대화 물결속에서 어느날 흔적없이 감춰버린 서울 근교의「고데기」라고 하는 마을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유년기를 보내면서 자신이 느낀 꿈과 희망 또는 이별의 아픔을 그린 것이다. 이 잃어버린 고향은 1990년대까지 그의 작품의 주된 테마였다.

그의 작품은 고향의 깊은 향수가 되살아나오는 유년시대의 다양한 편린들이 심층적으로 캔바스를 덮고 있다. 그곳에는 고향의 산과 강이 있고 꽃과 나무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우리를 반기고 있다. 
때론 대담하게 때론 단순화해 마치 어린아이와 같은 순진한 터치로 빨강·파랑 노랑색이 경쾌하게 캔버스위에서 춤을추고 있다. 그런가하면 어느새 중채도와 저채도로 화면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기도 한다. 
이 “고데기”시리즈 작품은 도시생활의 편리성이나 쾌적함이라고 하는 문명의 혜택과는 달리 다른 한쪽에서는 고향의 그리움, 
정든친구와의 이별등 즉 향수라고 하는 정신적인 갈등사이에서 고뇌하는 인간의 한 단면이자 현대인들의 모습이라고 볼수있다.

고데기 시리즈를 테마로 10여년간 추구해온 그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매너리즘에 빠지자 무작정 뉴욕으로 건너간다.
그는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작업실부터 마련 1년만에「이스트사이드스토리」라고 하는 새로운 주제를 손에 넣게된다. 

그러나 이스트사이드 스토리 탄생의 배경은 그가 이미 1999년부터 매년 뉴욕을 제집 드나들듯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어느 추운 겨울날 소호의 화랑가에 있는 커피숍에서 우연히 지나가는 사람들이 항상 보던 사람들이 아닌 것을 알게된다.
백인이 지나가고 뒤를 이어 흑인, 동양인 그리고 히스패닉등 여러인종이 지나가는 것을 보게되면서, 그리고 어느날 전철창문을 통해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집들이 
얼마전 커피숍에서 보던 사람들의 얼굴과 겹쳐져 보였다. 즉「인간과 집」이라는 두개의 대상을 조합시켜서 태어난 것이 「이스트사이드 스토리」시리즈인 것이다.

그러나 그의 뉴욕스토리는 결코 쉽지 않았다. 언어와 환경 문화가 그를 쉽게 뉴욕의 제도권안에 넣어주지 않았다. 그런 그는 스스로 그 장벽을 하나하나 허물어 나아가야만 했다.
마침내 고급화랑가가 밀집된 57가 5애비뉴 리스갤러리 첫 초대전을 제의 받았다.  이를 시작으로  소호와 첼시등 이곳저곳의 화랑은 물론 멀리는 마이애미 밴쿠버등의 화랑에서 전시제의를 받은 것이다.  
순수함과 재능을 뛰어넘는 예술성 그리고 노력하는 그에게는 당연한 결과라고 볼수 있다.

이번 일본 열도순회전에 출품되는 이스트사이드스토리 작품의 특징은 좀더 색다른 배경을  모티브로 화면구성을 하고있다. 
이 배경은 일반적으로 동양의 회화에서 자주 보여지는 여백이라고 불리는 공간이지만 김명식은 이 여백의 공간에 그것과는 다른 새로운 해석을 하고있다. 
특히 동시리즈의 09-SM11는 마치 장난감모양의 레고를 옆에 늘어 놓은것같은 검은색 지붕과 흰색,검정색,빨강색,초록색의 벽면을 가지는 여러채의 집들이 전체적으로 거칠지만 차분한 터치로 극히 정제된 모습이다.
마치 똑같은 회색의 공간에서 서로 다른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의“공존”이라고 하는 테마가 배후에 있는 것을 암시한다. 
이 작품에서 집은 인종, 여백은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 아닌 도시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생활이나 고층빌딩이 상립하는 풍경이 연무속에 감춰진것같은 상황을 보여주고있다. 

한편 동시리즈의 09-SM12에서는 09-SM11보다 색채의 사용을 억제하고, 회색의 여백의 공간에 검은색 지붕과 푸른색 벽돌집을 늘어놓아 화면 전체를 동일한 블루톤으로 보여주고있다. 
먼곳의 풍경을 다소 푸르게 보이게하는 원근법이 적용된 이 그림에서는 피부색이 서로 다른사람들의 “공존“이라고 하는 이스트사이드스토리의 당초의 테마를 보다 현실적인 내용으로 변용하고 있는것이다. 
이 그림에서 집의 이미지는 이미 뉴욕이라고 하는 현실의 공간과 김명식의 원점에 있는”고데기”마을의 기억에서 시작되었다고 본다. 
또 배경에서 보여지는 여백의 공간은 시간이나 문화의 개념도 감싸고있으며, 다소 거창한 표현일지 모르지만 민족으로서의 태고의 기억에 까지 이어지는 「혼의 울림」이 머물고 있는것같이 느껴진다. 
김명식은 이 그림의 여백에 의해“민족의 혼“이라고 하는 뜨거운 것에 포고, 자기의 민족이 태고부터 머물어 온“혼의 울림“에서 표현 방법을 획득했다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편 최근 정력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East Side Story시리즈외에 이름없는 들꽃의 은은함과 끈질긴 생명력을 표현한 Pop Flower시리즈를 더해 그가 결코 한곳, 한작품에 머물지 않는다는 강한의지를 표현하고있다.

이 열정적인 한국화가의 작품을 통해서 앞으로 동아시아의 문화교류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나는 그의 일본순회전의 성공을 확신한다.

2010.3     
                              
야마시타 다카시(山下高志)
일본 아트랜드 갤러리 대표

화가중의 화가-로지 고든 윌라스

“화가중의 화가”

로지 고든 윌라스

몇달전 나는 김명식 작가의 초대를 받고 뉴욕 그의 작업실에서 그의 작품을 보게 되었다. 작품을 보는순간 나는 그를 진정으로 '화가 중의 화가'로 규정했다. 
그의 작품들을 보고 놀라움을 감출수 없었으며 그토록 많은 이야기가 담긴 그의 숙련된 작품들이 큰 작업실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김명식의 작업은 단순하면서도 정교하다. 
한마디로, 시간이 광속과 전자 데이터 전송의 속도로 빠르게 지나가는것과 같은 시대에 그의 작품은 속도를 늦추고 작품을 즐기라는 멋스러움을 내재하고 있다. 
그의 그림들은 다채로운색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그것은 시간과 인내 그리고 기교에 대해 말해주고 있다. 
또한 기억의 편린, 물성의 만족감, 인간의 존재성등이 내재되어 있으며 아주 잘 숙련된 화가의 손에 의해 드러나고있다. 
김명식의 작업들은 한때 실재했던 삶과 기억으로 순간의 기쁨들에 대해서 속삭이고있다고본다.

Diaspora Vibe 갤러리는 플로리다주에서 처음으로 이러한 작가 김명식의 개인전을 열게돼 매우 기쁘며 아티스트로서 그는 많은곳을 여행하면서 지금까지 전세계 여러도시에서 전시를 한바있다. 
이번 전시 주제인 'East Side Story' 에서 그는 단순하면서 절제된 회화작품들을 우리에게 선사하고있다. 

그의 작품들은 흔적의 느낌, 기억의 느낌을 아주 잘 표현하고있다. 플로리다는 넓고 문화적으로 다양한 주이다. 그중 Diaspora Vibe 갤러리가 위치해있는 마이애미는 흔히 아메리카와 캐리비안의 관문으로 불린다. 
이번전시를 계기로 작가 김명식은 우리에게 단순화는 이런것이다. 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한편 Gateway의 전도사로 당당하게 자리 잡을 것을 확신한다. 
많은 변화를 겪고있는 우리 마이애미에서 그의 훌륭한 작품들을 볼수있게 해준 이 재능 있는 작가의 전시를 오셔서 감상하기 바라며 
이번 전시가 우리 개개인에게 자신의 영혼을 깊이 살펴보고 가치있는 일들을 실행할수있게 해주는 그 어떤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2005.1
디아스포라 바이브 갤러리
대표 Rosie Gordon-Wall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