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12 | 나의 소나무작품에 대하여 |
나의 소나무작품에 대하여
나는 한국사람 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소나무를 보고 인문학적 사유를 했던 선대(先代)의 지식인들과 민중들의 경험을 읽어보고 많은 공감을 했으며, 시대는 바뀌었어도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함을 깨달았다.
또한 많은 소나무그림을 감상하고 거기에서 오는 영감과 표현기법이 오늘날에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음도 깨달았다. 그래서 가까운 곳의 노송을 만나보았고 과거부터 인문학적으로 보나 미학적으로 보나 우리와는 너무나 친숙한 대상인 솔을 마음에 품기로 했다. 그래서 지난 10여년이 넘는 동안 전국의 많은 노송들을 만나러 다녔고 그림으로 작품화하려고 시도하였다 .
다만 보는 눈이 아직 어리고 표현기법이 미숙하여 그들이 풍기는 기운과 느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만나보니 그들은 오랜 세월동안 그 자리를 담담하게 지키고 있었다. 우리가 떠나왔을 따름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바쁘고 불안정한 우리를 그들과 만나게 해 주고싶었다. 그들의 여유와 겸손, 변치 않는 기상과 절개 등의 덕성을 함께 공유하고 싶었다. 삶이 고달프다고 느낄때 한번쯤 가까운 곳에 있는 그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괜찮으리란 생각에서이다. <2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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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2 | 인문학과 미학적 대상으로서의 소나무 |
인문학과 미학적 대상으로서의 ‘소나무’
인문학이란 인간에 대한 학문이다. 인간과 인간근원의 문제, 인간의 사상과 문화에 대한 탐구로 선대의 축적된 많은 자료를 이용하여 지식을 쌓고 이 지식을 분석적이고 비판적이며 사변적인 방법을 통해 접근해서 자신의 내적 성장을 이루도록 하는 학문이다. 또한 미학이란 자연이나 인생 또는 예술작품이 가진 아름다움의 본질이나 형태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동양 삼국(한중일)인들이 소나무라는 하나의 자연물에 대해 인간과 관련하여 그 조형적 아름다움이나 상징성을 담론의 장으로 끌어들었던 것은 오랜 역사를 통해 축적된 많은 자료에서 찾아볼 수 있다. 소나무의 조형적 특성을 보고 그 이상적 형상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그림을 유독 많이 그려왔으며 지금 또한 즐기고 있고(미학적 대상), 그 소나무에서 풍겨 나오는 은은한 기품과 당당함에서 느껴지는 숭고한 감정을 인간에 빗대어 언어로 노래(인문학적 대상)한 시인묵객들이 많았으니, 소나무야 말로 인문학으로 보나 미학으로 보나 우리와는 너무나 친숙한 대상이라 할 수 있다. 20세기 초 미국에서 등장했던 프레그머티스트 미학이란 게 있다. 실용주의자답게 이들은 미에 대한 경험에서 주관적인 다양한 해석을 용인하였다.(오류가능성 까지도) 그리고 일상생활과 예술이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통일된 장속에 존재함을 강조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이러한 관점에서 소나무를 본다면 미적 경험이라는 것이 별다른 것 이 아니다. 항상 곁에 있어 조석으로 문득문득 느껴지는 아름다움에 취한 만족감, 수많은 세월을 견디어온 노송에서 풍기는 위엄과 권위에의 존중감 등이 그것일 것이다. 이러한 감정은 마을 주변의 솔밭을 거닐면서 여유로운 마음으로 삶을 고양시키고 또 일상적으로 느껴 왔으리니, 우리네 삶 자체가 생활미학 실천의 장이었다 할 수 있겠다.
오늘날 도시화된 환경에서 소나무는 차츰 우리와 멀어졌고 친밀감도 많이 떨어졌다. 지난 4년 동안 전남의 많은 노송들을 만나러 다녔다. 그들은 오랜 세월동안 그 자리를 담담하게 지키고 있었다. 우리가 떠나왔을 따름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바쁘고 불안정한 우리를 그들과 만나게 해 주고 싶었다. 그들의 여유와 겸손, 변치 않는 기상과 절개 등의 덕성을 함께 공유하고 싶었다. 여러 곳에서 인문학적 자료를 찾아 그들과 연결시키고 조형적 형태를 미적으로 작품화 하려고 시도하였다. 삶이 고달프다고 느낄 때 한번쯤 가까운 곳에 있는 그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괜찮겠다. <2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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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2 | 인문학적 사유와 미적 표현대상으로서의 소나무 |
인문학적 사유와 미적 표현대상으로서의 ‘소나무’
詠松(영송) - 李滉(이황) 石上千年不老松(석상천년불노송) 蒼鱗蹙蹙勢勝龍(창린축축세승룡) 生當絶壑臨無底(생당절학임무저) 氣拂層.壓埈峯(기불층소압준봉) 不願靑紅狀本性(불원청홍장본성) 肯隧桃李媚芳容(긍수도리미방용) 深根養得龜蛇骨(심근양득구사골) 霜雪終敎貫大冬(상설종교관대동)
* 소나무를 노래하다 바위 위에 천년을 자랐지만 늙지 않은 소나무야 검푸른 비늘 겹겹이 붙어 날아오르는 용의 기세구나. 밑도 안 보이는 아득한 절벽 위에 우뚝 서서 살지만 기상은 높은 하늘 쓸어낼 듯 험준한 산봉우리를 찍어 누를 듯 하는구나. 본성이 본래 울긋불긋한 사치를 좋아하지 않으니 복사꽃과 오얏꽃이 제멋대로 아양 떨든 내버려 두어라. 뿌리 깊이 현무의 기골을 키웠으니 한겨울 눈서리에도 까딱없이 지내노라.
성리학의 대가인 이황이 젊은 시절 자신의 기백을 소나무에 빗대어 읊은 노래이다. 화사한 꽃들처럼 좋은 곳에서 시류에 영합하며 살아가는 것보다는 비록 험한 절벽에 살지만 하늘을 쓸어내고 산봉우리를 찍어누를 기상으로 원칙과 소신이 투철한 사림으로 살아갈 것을 천명하는 것이다 . 또한 내면의 깊은 곳에서 어떤 역경에서도 견딜만한 군자의 기량을 키워가겠다는 다짐을 소나무를 빌어 관념화하고 있는 것이다. 생각, 즉 사유를 가장 잘 드러낸 것이 글이다. 글을 보면 그 사람의 대상에 대한 생각의 깊이를 알 수 있다. 위의 퇴계 이황과 같이 인간의 삶과 소나무를 빗대어 노래한 작품들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의 동양 삼국에는 매우 많다. 이런 사실은 소나무를 보통의 나무와는 분명하게 구별 지어 특별한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군자, 선비, 대장부로 형상화되는 솔의 이미지는 그들의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의 수효가 많을수록, 또 기대가 클수록 더 많은 사유의 틀들을 만들어 냈던 것이다. 이러한 소나무에 대한 사유는 오늘날도 여전하다. 사유의 전제조건이 가까이함 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가 소나무이며, 따라서 정원의 최고급 수종으로서 소나무를 선호한다거나 소나무 분재, 소나무 동호인 답사팀, 소나무 시인 등 소나무를 가까이 하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다 . 이는 소나무에 대한 애정이 많아진 만큼 사유의 폭이나 깊이도 역시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고금을 막론하고 풍부한 사유의 대상으로서 소나무는 분명 다른 나무와는 확연하게 구별되는 소나무만이 가진 특권인 것이다.
인문학이란 인간에 대한 학문을 말한다. 인간과 인간근원의 문제, 인간의 사상과 문화에 대한 탐구로 선대의 축적된 많은 자료를 이용하여 지식을 쌓고, 이 지식을 분석적이고 비판적이며 사변적인 방법을 통해 접근해서 자신의 내적 성장을 이루도록 하는 학문인 것이다. 동양 삼국인들이 소나무라는 하나의 자연물에 대해 인간과 관련하여 그 조형적 아름다움이나 상징성을 인문학적 담론의 장으로 끌어들었던 것은 오랜 역사를 통해 축적된 많은 자료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소나무에서 풍겨 나오는 지조와 절개, 은은한 기품과 당당함에서 오는 감정을 인간에 빗대어 표현한 경우가 매우 많았다. 즉 솔의 상징성을 시조나 수필 각종 민요나 설화, 속설 등에서 언어로 표현한 경우가 많았음은 그만큼 인문학적 사유도 풍성했음을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사유와는 다른 측면 즉 미적인 표현대상으로서의 소나무 그림에 대해 살펴보면, 전해지지는 않지만 신라시대 솔거의 황룡사에 그린 노송도에 대한 전설에서부터 조선시대의 많은 화가들의 작품들까지 일일이 열거할 수 가 없을 정도이다. 이중에서 한분 겸재 정선은 한국적 실경 표현으로 독자적인 경지를 이룬 분인데 금강산을 그린 여러 그림이나 인왕제색도등에 표현된 소나무들은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나무의 특성을 살린 지극히 한국적인 소나무들이다. 특히 조선이라는 나라를 소나무에 비유해서 그린「사직 노송도」는 오랜 연륜과 역경을 이겨낸 특이한 소나무의 모습을 매우 실감있게 표현한 작품으로 구성이나 표현기법 등이 남다른 특성이 있다. 이처럼 똑같은 소나무라도 보는 방법과 구성, 그리고 표현방법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작품화 할 수 있고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는 대상을 화가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근현대에 이르러서도 솔의 대가 남농 허건선생을 비롯하여 많은 작가들이 소나무 그림에 심취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모두들 각자 표현방법은 다르지만 대상의 형태나 색채에서 오는 어떤 기운이나 느낌 등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리라 생각된다. 미적 표현이란 아름다움에 관한 것을 드러내어 나타내는 것을 말하는 것인데, 소나무와 관련해서 생각해보면 우리의 선대부터 지속적으로 솔의 조형적 아름다움을 보고 그 이상적 형상의 미를 표현한 그림을 많이 그려왔다거나, 또는 그 이미지를 시나 노래 등 언어로 표현하기도 하고 실생활에서 문양이나 장식품으로 활용하기도 하였으니 소나무가 여타 대상에 비해 미적 표현 대상으로서도 손색이 없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2015> |
ARTIST NO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