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11-29 | 작업노트 |
작가노트
나의 작업은 많은 사람의 흔적이 축적된 골목길의 공간이다. 그 공간은 너무 빠르게 변하는 도심 속에서 가장 천천히 변한다. 그곳에는 기와집과 양옥집, 단층건물과 이층건물, 나무문과 철문, 붉은 벽돌집과 회색 담벼락, 마당 있는 집 그리고 나무가 심어진 집 등 각기 다양한 시기에 지어진 개성 있는 집들 사이로 남겨진 공간이 자연스럽게 사람이 다니는 길이 된다. 이렇게 각자 개성이 강한 집들은 시간이 흐르며 사람이 떠나가고 그 자리를 다시 채우며 혹은 그 자리를 오랫동안 지키며 살아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흔적이 서로 어우러져 간다.
사람은 등장하지 않는 정적인 나의 작업 속의 주인공들은 사람들의 흔적이다. 수없이 보수하여 각기 다른 색으로 이루어진 벽과 침대 스프링이나 철사로 보수한 옥상 난간부터 빨래와 의자 그리고 화분들 등 많은 흔적이 있다. 그 흔적들은 많은 것을 이야기해준다. 문 앞에 나와 있는 의자들 본다면 그곳에 사람은 없지만, 사람들이 쉬는 공간인 것을 알 수 있으며, 화분은 집 앞에서 멀리 놔두면 주차금지를 의미하고, 텃밭처럼 채소가 심어진 화분과 화단처럼 꽃이 심어진 화분은 사는 사람의 성향도 유추할 수 있으며, 또한 대야나 스티로폼박스, 바가지 심지어는 욕조에 이르기까지 각자 다양한 화분은 사는 사람이 사용했던 물건이다. 사람은 등장하지 않지만 이런 흔적들이 공간을 따뜻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오래된 주택가들은 사람들에게 소외되고 점점 사라지고 있다. 2010년 내가 과거에 살았던 공간이 없어지는 것 시점으로 작업을 시작하였고, 그 과정에 사람의 흔적이 많이 남겨진 오래된 공간에 더욱 애착이 생겼다. 하지만 집이 지어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자가용이 일반화되어 주차공간이 부족하게 되었고, 맞벌이가 자연스러워 지면서 관리인이 없는 주택은 집을 보수하는 과정에서 많은 불편함이 생겼다. 이런 사람들의 생활 형식의 변화가 자연스럽게 주택보단 아파트를 선호하게 되었다. 분명 사라지는 것을 부정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하지만 현재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 공간에 살았던 사람들의 추억과 수많은 역사가 축적되어 있다. 이런 공간을 남겨둘 수 없다면 없어지기 전에 기록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골목길에 대해 쓸쓸함과 그리움, 편안함, 고독함, 따뜻함 등 많은 감정을 느끼고 생각한다. 나는 여러 가지 감정들과 함께 사람의 흔적들이 주는 따듯함과 편안함을 전달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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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NO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