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Criticism
꼭두바나나 - 꿈으로의 동반, 노란바나나가 전하는 행복 바이러스_윤익(미술문화기획자, 조형예술학 박사)

박희정 3회 개인전 <꼭두바나나 - 꿈으로의 동반>

 

“노란바나나가 전하는 행복 바이러스” 

 

윤익 / 미술문화기획자, 조형예술학 박사

 

첫 번째 개인전을 기점으로 매년 작품을 발표하는 박희정 작가의 3회 개인전은 그 의미가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지난 두 번의 개인전이 오랜 공백 이후 일종의 예술적 탐구와 자신만의 조형적 언어에 관한 가능성의 모색이었다면 이번 전시는 확실한 자신감으로 자연스럽게 풀어낸 그녀만의 이야기들이었다. 작가의 감성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평면작품들과 새롭게 시작한 목조작품들 그리고 그녀의 트레이드마크인 바나나와 하트가 어우러지는 대형의 설치작업은 전시공간에서 각자의 시간과 사연의 잔잔한 울림을 전하고 있다. 지난여름 작가는 온화한 질감과 따뜻한 감성을 전달하는 나무라는 재료에 매료되어 망치와 끌을 이용한 노동이 안겨주는 열기로 유난히 무더웠던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녀와 나무는 아마도 서로를 존중하는 공존의 마음으로 깊은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성질과 의지에 의하여 하나의 조각작품으로 새롭게 태어났을 것이다. 

 

전시장에서 본 그녀의 조각과 그림들은 이제 완벽하게 그녀 자신의 내적 감성과 조화를 이루어, 그녀만의 조형적 예술세계가 고유함을 획득한 독자성으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이번 전시에 그녀가 명명한 타이틀은 “꼭두바나나-꿈으로의 동반”이다. 꼭두는 상여의 장식에 해당하는 부속물로 다양한 형상의 나무로 제작된 소형의 조각품이다. 인물, 동물, 식물 등 온갖 존재들의 형상으로 이루어지며 나무를 이용한 연유로 목우(木偶)라고 불린다. 예로부터 꼭두는 현실과 꿈, 이승과 저승 사이에서 힘든 일을 하거나 슬픔과 고통에 빠져있는 사람들의 동반자가 되어 위로하고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고 전해진다. 생각해 보면 사람은 혼자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듯 우리는 언제나 타인들과 마주하며 동반하는 삶을 살아간다. 외롭거나 슬프고 힘이들때 주변에 누군가와 함께 한다면 견디며 극복하는 마음이 생겨난다. 한편으로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좋은일은 언제가 그 기쁨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박희정 작가의 작품은 이러한 의미의 동반자로서 우리의 일상적 삶의 사유를 안내한다.

 

예술은 일종의 매개체로서 우리를 다른 어딘가로 인도하는 기능이 있다. 예술은 기쁨과 슬픔의 눈물을 흘리게 하며 자신 스스로를 몰입하게 하는 감정과 사유의 대상이다. 예술가는 이러한 의미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가장 편한 친구이며 우리를 위로해주고 기쁘게 하는 동반자일 것이다. 박희정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통해서 우리에게 전달하는 그녀의 마음 역시 타인을 향한 배려와 함께하는 동반자의 마음이다. 그녀는 우리의 이웃이며 지인으로 우리와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예술가이며 소시민이다. 작가는 작품에서 보이는 사랑하는 사람들, 함께하는 동물과 식물들 모두와 감정을 공유하며 그들의 존재성을 마음에 담아 그들과 함께하는 일상을 표현하고 있다. 그녀의 작품에는 그녀와 관계를 맺는 수많은 존재들이 등장하며 언제나 그녀만의 행복 바이러스인 주술적 상징성을 갖는 바나나와 함께한다. 바나나는 그녀만의 복된 주문으로 모두와 나누고 싶은 행복한 시공간의 열쇠이다.

 

그녀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나무를 새롭게 만났다. 작가는 나무를 다루며 재료로서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였다고 고백한다. 돌이나 철보다 무르고 가소성의 효과가 보다 편한 재료지만 그 특유의 저항감에서 오는 나무 본연의 기운과 성질이 작가의 조형적 의도와 다르게 결론이 생성되는 자연물 특유의 생명력이 작가에게 힘에 부쳤던 것이다. 하지만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재료와 작가의 동등한 만남으로 재료가 아닌 동반자로 나무를 받아들이며 작품을 진행하자 놀라운 결과로 마무리 되었다. 이는 그녀에게 삶의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하였다. 나무에 밑그림을 그리고 형상을 다듬어 나가며 나무의 특성을 인정하여 무리없이 최소한의 조형성과 색체로서 작품을 마무리하며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였다. 이러한 과정으로 생성된 그녀의 목조각은 나무 특유의 재질과 형태감이 새롭게 살아나 우리에게 순수한 아름다움의 경험을 안겨준다. 시각예술의 특성인 보여주는 드러냄의 아름다움보다는 내제된 존재의 조화로움과 우러나는 감성적 아름다움이 우리의 마음에 따뜻함을 안겨준다.

 

지난해부터 우리 사회에 큰 난관을 겪게하는 COVID-19은 우리사회에 많은 변화와 시련을 주었다. 인간의 자기중심적 사고는 심각한 자연훼손과 동식물의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주변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여유의 마음을 상실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희정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하여 자신과 자신의 주변사람들에게 무한한 행복을 선물하고 있다. 그녀가 초대하는 노란 바나나와 빨간 하트의 숲은 우리를 잠시나마 각박한 일상에서 벗어나 행복한 마음의 공간에 머물게 한다. 이는 그녀가 새롭게 시도하는 공간 전체를 이용한 설치작업으로 모든 관람객을 초대하는 포토존이기도 하다. 평생을 삶에 대해 고민하였던 위대한 톨스토이는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때는 지금이고,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하고 있는 것이며,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다.”라는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였다.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은 당연하게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며 기쁘게 살아가는 노력일 것이다. 하지만 주변을 살피며 타인의 손을 잡아주는 따스함은 더욱 큰 배려일 것이다. 박희정 작가의 “꼭두바나나 - 꿈으로의 동반”전은 이러한 의미를 실현하는 예술의 아름다운 정신이다.

복덩이 바나나-그림일기_윤익(미술문화기획자, 조형예술학 박사)

박희정 2회 개인전 서문

복덩이 바나나-그림일기

 

윤익 / 미술문화기획자, 조형예술학 박사

 

이제 두 번째 산을 넘고 있는 박희정 작가의 숨 가쁜 호흡이 들려온다.

지난해 늦깎이 개인전을 개최한 이후 아직 그 여운이 남아있는 지역의 미술계에 두 번째 개인전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 역시 그녀만의 상징이 된 바나나와 자신의 일상을 형상화한 조각 작품들과 회화작품들을 제안 한다. 쉽지 않은 창작의 길을 어렵게 돌고 돌아 우리에게 그녀만의 개성 넘치는 작품으로 공감을 얻어내는 쉼 없는 노력이 여실하게 느껴진다.

 

주변의 지인들은 박희정 작가의 작품을 보노라면 저절로 미소가 피어난다고 한다. 

어쩌면 저렇게도 바나나를 이용한 다양한 상상력이 가능한지 내심 놀랍다. 조각과 그림의 다양한 공간에 바나나를 배치하거나 작가를 상징하는 여인이 바나나를 가득 안고 있다. 머리에 관처럼 몇 개씩 쓰고 있는 작품도 있다. 예를 들어 작품 “복덩이 바나나-천지창조”는 200호 크기의 대작으로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새롭게 해석한 작품이다. 르네상스시기에 작가는 신과 아담의 손끝에서 전해지는 창조성을 표현하였고 오늘의 박희정 작가는 바나나로 상징되는 다채로운 행복의 기운을 세상에 전달하는 듯하다. 평면작품 “복덩이 바나나-사랑해”의 경우 조각작품으로도 제작되었으며 수많은 물고기와 동물들이 그녀와 함께한다. 이 작품은 손하트를 발산하는 행복의 여신상으로 평소 주변을 알뜰히 챙기며 배려하는 박희정작가의 아바타처럼 인식된다. 이처럼 자유롭고 즐겁게 바나나를 주제로 다양한 장르의 조형적 어법을 이용하여 희망 넘치는 따뜻한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예술은 과거로부터 언제나 주술적 목적의 간절한 희망을 내포한다. 

오랜 시간 인간은 원하는 상황을 그림으로 그려보거나 조각으로 제작하였다. 문화라는 이름이 생겨나기 전부터 라스코동굴벽화나 빌렌도르프의 비너스가 제작된 목적과 배경은 당시의 인류가 무엇을 원했는지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후에도 수많은 미술품으로 불리는 다양한 작품에는 그 시대 사람들의 소망이 담겨져 있다. 예술적 행위와 주술적 행위의 연관성에 관한 논리적 설득력은 종교, 정치, 경제, 사회적 현상의 역사를 통하여 충분히 증명되고 타당성을 지닌다. 이러한 미술의 기능은 시대를 초월하여 오늘날에도 여러 상황에서 다양한 기능하여, 때로 도깨비방망이처럼 작가들에게 무한한 가능성과 힘을 정신적 내면을 통해 부여하고 있다. 작가들은 대다수의 보통사람들은 대변하여 그들이 원하고 바라는 어떤 것이 원만하게 이루어지도록 작품제작이라는 행위를 통하여 주문을 불어넣는 것이다. 박희정 작가의 경우에도 바나나는 일종의 부적처럼 작용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픈 행복을 만들어내는 마법이다.

 

박희정 작가의 조각과 그림들은 주변과 공유하는 행복한 그림일기처럼 보인다.

그녀는 그림과 조각에서 바나나를 마치 왕관처럼 머리에 쓰고 있다. 하나를 쓰거나 두 개 혹은 세 개의 바나나를 머리에 관처럼 쓰고 있다.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수많은 종교화와 기록화를 보면 중요한 인물들은 그 자신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제작된 관(冠), 혹은 모자를 머리에 쓰고 있다. 이는 자신의 신분을 보여주며 권력과 능력을 표출한다. 박희정 작가의 경우에도 바나나를 머리에 쓰며, 그 자신이 바나나의 여왕처럼 느껴지도록 스스로 의미부여를 하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해보아야 하는 부분은 작가에게 그 바나나가 무엇을 상징하는가에 관한 질문이다. 통상 바나나는 연령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에게 행복한 기억을 상상하게 한다. 더구나 작가의 연령층에 해당하는 모두에게 바나나는 한편으로 매우 귀하고 특별한 과일로 인식된다. 해외에서 바다를 건너 수입되어왔으며 텔레비전에서나 보던 과일로서 그 바나나를 손에 들었을 때의 행복감은 어린 마음에 너무도 기쁜 순간이다. 이러한 추론으로 보아 박희정작가의 바나나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 가능한 행복이라는 결론을 얻게 된다. 이는 작가 스스로도 수없이 고백하는 내용이다.

 

일상에서 만나는 크고 작은 현실적인 문제들은 우리의 마음과는 다르게 전개된다.

이러한 삶의 문제들은 인간이 뜻대로 할 수 없는 인간 능력 외의 것들이 대부분이다. 모든 사람들이 공통으로 경험하는 삶과 죽음, 개인의 진로, 사업, 자연현상 등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전개된다. 우리는 최선을 다하며 긍정적인 마음으로 운명을 마주하지만 때로 아쉬운 결과를 얻는다. 박희정 작가는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의 손을 내미는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눈부신 바나나왕관을 쓰고 행복의 메시지를 전파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가 생각하는 자신의 예술적 기능은 윤리적인 각성이나 형이상학적 성찰과는 다르게 타인에 위안과 행복을 주는 마치 주술사처럼 타인의 안녕을 빌어주는 활동이라고 한다. Covid-19로 정점에 달하는 자연적 재해와 현대자본주의 사회의 다양한 문제점으로 삶이 어려운 시기이다. 그녀의 작품전 “복덩이 바나나-그림일기”를 통하여 우리에게 행복바이러스가 무한히 전달되기를 소망한다.

바나나 별자리_윤익(미술문화기획자, 조형예술학박사)

박희정_ 첫 번째 개인전

 

“바나나 별자리”

 

윤 익 / 미술문화기획자, 조형예술학박사

 

삶을 살아가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우리는 살아가면서 때로 지난(至難)하지만 이처럼 무겁고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많은 것들이 우리의 곁에서 우리와 함께 생성(生成)하고 자라며 소멸(消滅)한다. 언제나처럼 자연스럽게 그러한 삶의 과정을 지켜보며 우리 역시 우리의 시간 속에서 자연의 섭리를 따르고 있다. 모든 존재들이 어디에선가 오며 어디론가 떠나가는 순리(順理)처럼 큰 틀에서의 이러한 과정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하지만 일상에서 우리는 자유로운 존재로 각자의 순간적 삶에서 독자적이며 주체적인 존재로 모두가 서로의 다양한 삶을 영유(領有)한다. 예술은 우리의 다채로운 삶의 모습과 의문스러운 질문들을 그림과 조각으로 보여주며 서로를 소통하게 한다. 이러한 예술의 기능처럼 우리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이미지들의 키워드를 이용하여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길에서 우연히 만나는 수수께끼 혹은 숨은그림찾기의 작품을 제안하는 작가가 있다. 어려서부터 미술을 좋아하고 고등학교에서 소질을 보였다던 작가는 어느 날 미술 선생님의 권유로 미술대학에 진학하였다고 한다. 그림을 그리는 화가보다는 무언가를 만지고 빗어내는 조각가의 길을 꿈꾸었으며, 대학을 졸업하고 긴 시간과 먼 길을 돌아 첫 번째 개인전을 발표하는 그녀는 오늘날 조각가이며 화가인 박희정 작가이다. 

 

그녀는 무려 20년이 넘는 기나긴 시간 동안 자신의 일상에서 다양한 형태의 미술 작업을 하여왔다. 모든 청년작가 혹은 무명작가들이 그러하듯 상업적인 작업에서부터 팀워크시스템의 공공미술 등 자신의 이름을 작가로서 표명하지 못하는 수많은 작업을 가리지 않고 열정적으로 매진하였다고 한다. 누구보다도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순수한 영혼의 그녀는 그 자신을 개인주의적 성향의 이기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라 생각한다고 한다. 이는 현실적인 삶을 살아야하는 평범한 삶을 초월하여 순수한 자신만의 작품을 하며 살고 싶다는 간절함으로 그 어떤 상황에서도 만족할 수 없었던 예술가로서 아쉬운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한편 이처럼 오랜 시간 꿈꾸던 순수한 작품제작과 오늘의 전시를 자신만의 조형적 언어로 준비하는 과정이 이제는 그녀 스스로 지나친 행복이라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불꽃처럼 살고 싶은 열정에 스스로 힘들어하는 작가가 그녀 하나만은 아닐 것이며, 모두가 그녀처럼 자신의 꿈을 이루는 현실은 더욱 아니다. 어려서부터 아프던 몸이 고단하고 힘든 노동력이 요구되는 조각 작업을 하면 할수록 신비한 힘이 온 몸에 넘쳐나는 모순적인 열정에 그녀 스스로 살아있음의 감사함을 느낀다고 한다. 

 

작가로서 그녀는 자신의 작업을 일종의 정신적 스트레칭이라고 스스로 언급한다. 관점을 바꾸어 사고하며 여러 상황의 가능성과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일까지 상상하여 작품으로 제작하는 조형적 과정이 즐겁기만 하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어린 시절의 그림일기처럼 일상의 소소함을 차분하게 그녀만의 감성적 언어로 그려내는 감정일기(日記)라고 표현한다. 이러한 이유로 그녀의 작품은 그녀 자신과 주변인들의 일상(日常), 삶의 과정 전반을 담아낸다. 오늘날 그녀 스스로 머릿속에 꿈꾸는 작품은 타인과 자신에게 재미, 놀이, 즐거움이 우선하며 가볍고, 유치하지만 편하고 정감(情感) 있는 내용의 살아있는 작품이라고 한다. 작품을 위한 그녀의 상상력은 그녀가 좋아하는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처럼 우리 주변의 수많은 존재에게 다양한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며 그녀만의 세계에서 각양각색의 이야기속 배역(配役)을 제안한다. 이러한 그녀의 작품에는 신(神)과 사람, 동물과 식물 등이 공존(共存)하며 우리의 일상적 생활용품들마저 자신의 고유한 상징성으로 문학적 상상력의 세계를 구성하는 하나의 생명체로 표현되어 있다. 이렇게 제작된 그림과 조각들은 그녀에게 하루의 시간이기도 하며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웜홀(wormhole)의 공간처럼 수많은 시간이 중첩된 예술적 상상력의 세상이다. 작품에 자리하는 어떤 대상은 순간을 살아가며, 또 다른 대상은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 그녀의 작품들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상상력의 타임머신처럼 관람자들에게 그 자신의 모습을 과거와 미래에서 만나는 시간여행의 가능성을 경험하게 한다. 

 

박희정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관람자의 시선과 마음을 잠시나마 붙잡아 놓는 편안한 그림이며 조각이기를 원한다. 이는 그녀의 작품이 숨은그림찾기처럼 보면 볼수록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내포하여 관람자 스스로가 몰입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그녀의 작품에는 수많은 존재들이 등장하는데, 오늘날 그녀가 유난히 좋아하는 대상은 “바나나”이다. 작가는 시간이 지나며 나이를 더 할수록 이상하게도 바나나에 더욱 매료되는 자신을 스스로도 알 수 없다고 솔직하게 언급한다. 아마도 그녀에게 노란색 바나나는 일종의 달달한 감정, 휴식, 희망, 행복 등이 그녀의 마음으로 표현되어 오늘의 자신과 가족, 지인 그리고 주변의 타인들에게 주고 싶은 마음의 선물일지도 모른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리의 어린 시절 바나나는 무척이나 귀했던 과일이며, 즐겁고 기쁜 날 맛보던 행복의 상징이었다. 어린 마음에도 TV에서나 보던 신기한 바나나는 혼자 먹기 아까워 가장 친한 친구와 함께 나누어 먹는 행복한 과일이었다. 이러한 기억처럼 본인의 마음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이용하여 작업하는 그녀는 끝내 바나나를 넣어야만 비로소 작품이 완성되는 어쩔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한다고 한다. 그녀가 발표하는 다수의 작품에 “나에게 바나나가 온다”라는 명제의 사용과 그 이유가 그러하며, 이는 창작행위를 통해 주변사람들과 자신의 행복을 기원하는 따뜻한 마음으로 해석된다.

 

그녀의 작품 제작과정은 기존의 작가들과는 다른 프로세스로 제작된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에 떠오르는 다양한 이미지를 자유롭게 배치하며 작품을 완성해 나간다. 작품을 시작하고 종결하는 주체는 작가이지만 무의식적 방법으로 작품이 진행되어 그녀 자신도 작품이 완성되는 상황은 예측할 수 없다고 한다. 이러한 작업과정은 온갖 동식물과 일상의 오브제들이 저절로 등장하는 일종의 오토마티즘회화처럼 전개되어 작품이 마무리된다. 완성 이후 작가 스스로도 자신의 작품을 보며 어떠한 연유로 그러한 형상들을 제작하였는지 스스로 작품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상황이다. 이는 관람자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어 완성된 작품은 작가의 마음을 열어 보이며 작가를 이해하게 되는 정신적 대화의 매개체가 된다. 예를 들어보면 그녀의 작품에 등장하는 앵무새는 따라쟁이 혹은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는 존재를 의미하여, 작가 스스로 세상을 표현하고 타인과 대화를 나누는 본인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녀의 평면작품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또 다른 형태는 등고선 모양의 기하학적 선들의 형상이다. 이러한 이미지는 여행, 복잡한 길, 특정한 시간과 공간 등이 상징화되어 평면 혹은 입체로 표현되는데 그녀 자신이 존재하는 수많은 시간과 공간을 상징 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의미부여도 보는 이의 문화적 성향과 감성적 배경으로 귀결되어 다양한 관점의 해석으로 확산 가능하다. 

 

작품을 살펴보면 물고기, 새, 고양이, 개, 꽃, 나무, 집, 눈, 자동차, 잠자리, 나비, 손, 사람 등 온갖 것들이 공존(共存)하며 하나의 작품을 이루고 있다. 이 모두가 그녀의 일상과 생각을 표현하는 기호들이다. 우리의 세상에 존재하는 이 모든 것들을 표현하며 또한 그들 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박희정 작가의 작품은 그녀가 살아가는 자신의 세상이다. 사람, 동물 그리고 식물들의 일상과 그들의 생각과 감정들이 작가의 눈과 마음을 통해 작품으로 태어난다. 이러한 그녀의 작품은 결국 밤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별들로 이루어진 다양한 존재들을 상징하는 “마음으로 그려보는 별자리”이다. 그녀가 그토록 좋아하는 바나나자리, 앵무새자리, 고양이자리, 물고기자리, 나무자리 등이 그림 혹은 조각으로 표현되어있다. 그녀는 이 모든 것들과 대화를 나누며 함께 살아간다. 브론즈와 화강암으로 제작된 조각에서도 그녀의 존재는 언제나 다정한 모습으로 그들과 함께한다. 그녀에 의하면 모든 사람들은 늘 행복하고 희망찬 삶을 영유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실은 뜻대로 되기보다는 늘 부족한 아쉬움의 연속이다. 작가는 이러한 우리의 마음에 그녀의 작품을 통하여 행복한 주문을 제안하며 기쁨으로 다가서는 조화로운 일상을 표현한다.

 

삶은 인생이라는 긴 여정(旅程)이며 우리의 일상은 매일매일 수수께끼와 같은 스스로 열어봐야 하는 궁금함이 가득한 비밀의 상자이다. 작가에 의하면 우리의 삶이 힘들어도 밝은 미래를 꿈꾸게 되는 이유는 과거에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며 모든 불행과 걱정이 시작되었지만, 마지막 순간 상자에서 해방된 “희망”이라는 존재가 우리의 행복을 지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작가 박희정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작품들은 그녀가 마음속에 오늘까지 보관하던 비밀의 상자이며 이는 희망으로 가득하다. 어쩌면 그녀는 그녀의 작품과 예술가로서 자신의 존재가 어릴 적부터 소중한 사람들과 그토록 함께 나누고 싶었던 바나나처럼 귀한 선물로 우리에게 다가서기를 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이유로 작품을 통하여 사람들을 위로하며 편안하게 하는 마음의 배려는 작가로서 그녀가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과의 진실한 관계 맺음으로 인식된다. 오늘처럼 각박한 세상에 친구가 내미는 행복한 맛의 노란 바나나는 얼마나 황홀한 위안(慰安)인가. 이번 첫 번째 전시를 통하여 그녀의 손에서 우리에게 전해진 바나나는 모두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밤하늘에 빛나는 “바나나 별자리”로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