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NOTE
2018-01-16 작가노트-발걸음
발걸음 _step_


걷는다.
우주를 받아내는 힘은 무한하다.
그 에너지 끝은 어디일까.

생명의 원형과 순환고리를 찾던 중, 인체에 대한 관심으로 연결된다.
‘석고 발모형’과 만남은 우연이면서 무의식적 기쁨이었다.

인간의 발은 지문과 같이 유일무이한 형상을 하고 있다.
좌우가 다르며 나이에 따라, 사람마다 다르다.
대칭인 듯 하지만 대칭이지 않고
각각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소아마비, 교통사고, 당뇨 등에 의해 변형된 발모양은
설명이 필요 없이 개인 역사를 함축적으로 표현한다.
발 형상은 선천적으로나 후천적으로 하나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현상적 차이를 장애인 발과 비장애인 발로 구분 짓는 것은 의미가 없다.
단지 형상에 따른 기능적 장애를 예상할 수 있으나
이 또한 일반화된 외형을 갖는 신발 속에 감춰져 버리면서
외부의 어떤 것들로부터 숨겨져 버리게 된다.

수년간의 관심 속에 장애인을 위한 특수제화 업체들 탐방과
‘석고 발모형’의 다양한 접촉이 지금의 결과물이다.
신체 역사를 그대로 갖고 있는 발모형은 한 사람의 모든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곧 숨겨진 불안정한 형상이 신발 밖으로 드러나 생명 본래 모습을 확인하며
온전한 ‘나’를 찾는 것이다.

발을 드러내는 것은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