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NOTE
2018-01-16 작가노트-글로벌시대의 현대미술 표현방식은 다양하며 장르영역 역시 다변화되고 있다
작가노트
글로벌시대의 현대미술 표현방식은 다양하며 장르영역 역시 다변화되고 있다. 자칫하면 과연 이것이 미술일까? 하는 혼란까지 갖게 하는 모호한 문화 예술시대에 살고 있다는 논리다. 그만큼 회화의 속성은 한 장르에 머물며 안주하는 시대는 지난 것이라고 볼 수 있으며 너무 빠른 변화의 시대를 접하고 있음을 우리는 부인할 수 없다. 창작활동은 결국 더 이상 예술가들만이 소유하는 행위가 아니라 대중화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시대적 의미는 동서양을 벗어나 시공을 초월하는 미술적 조형 언어들 속에서 지역 미술이나 문화가 탄력을 받기도 한다. 그 지역의 특수성이나  문화적 가치들이 그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보존돼 나아갈지를 생각해 봐야하는 시점도 이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다변적인 문화흐름을 맞고 있는 현실에서 제주지역의 풍광에 매료되어 제주만을 고집하며 걸어온 창작의 모습이 “공간 이상의 공간-탐라의 선계”로 태어났으며 고향을 떠나 이곳 제주에서 창작을 하고 있는 바로 오늘의 나의 모습과 함께 해 왔던 것이다. 나의 작품세계는 자연을 기초로 하면서도 현실과 비현실적 가상공간을 오가는 이색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데 내 작품 속에는 늘 곁에서 보는 제주의 자연들이지만 실존하지 않는 비현실과 초현실의 세계, 재현된 형상이 아닌 사의적인 표현으로서 나의 내재된 정신 속에서 묻어나온다고 볼 수 있으며, 즉 공간 이상의 공간 바로 제주의 또 다른 모습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한 작품속의 내용들이 지금의 우리들이 꿈꾸는 파라다이스 곧 무릉도원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며 섬과 바다 그리고 돌과 바람을 안고 살아가는 이곳 제주의 삶을 선택한 나의 창작활동이 바로 그것인 것이다. 인간의 삶이란 언제나 일상적이면서 현실적이어야만 하겠지만 그러나 창작은 상식선을 벗어난 초현실적 예술세계로부터 현실과의 유기적 관계를 모색하면서 존재하게 되어있다. 때문에 항상 새로운 공간속에서 현실과 비현실, 과거와 현재의 시점을 넘나들면서 나만의 조형언어로 조화시켜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에너지들이 바로 예술로서 존재하는 가치기준이라 할 수 있다면 그러한 것들이 내 작품의 미술적인 가장 근원적인 요소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에너지를 바탕으로 한 나의 작품은 제주의 아름답고 독특한 이미지로부터 직관에서 얻어지는 대상의 이미지들을 사의적인 표현으로 정리되어 가는 과정이라 볼 수 있으며 자유로운 감성으로부터 표출되는 또 다른 세계 즉 “공간 이상의 공간-탐라의 선계”로 태동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내가 설정해놓은 그 공간의 시공을 유영하려 한다. 나는 제주를 그렇게 접근한 것이다. 비록 나의 작업이 새로운 재료선택과 현대적 표현방법을 차용해 쓰는 것이지만 그 내용은 여전히 한국화가 가지고 있는 전통적인 감성으로 표현되는 것이라 할 수 있으며 그러한 요소들이 화폭위에 형상화 되었을 때 발묵의 느낌이 좋아 수묵만을 고집했던 예전의 선계와 달리 실험적인 다양한 재료와 현대적인 표현기법을 통해 얻어지는 현재의 작품들은 시각적인 질감과 느낌이 다른 선계의 새로운 표정으로 탄생 되었으며 제주와 선계의 모습을 조합하여 만들어놓은 나의 그림 속에는 정서적으로 메말라가고 있는 현대인들이 지금을 살아가면서 우리들이 감내해야 할 모든 무거운 짐들을 잠시 내려놓고 문화적인 감성을 담아 심성 순화와 정신세계를 치유하는 역할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그러나 이러한 나의 생각과 작업행위들이 미술적 언어로  얼마만큼 수용될 것인가는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새로운 가능성과 내가본 제주의 또 다른 공간을 위해 진화는 계속될 것이며 이방인으로 느끼는 제주도가 아닌 제주문화와 일체감이 되는 향토작가로 이곳에 머무르리라... 
                                                                       2014. 3. 12   
                                                                      서담 최 형 양
2018-01-16 작가노트-한라산 백록담에 하얀 사슴이 뛰어놀고
 -나의생각-
한라산 백록담에 하얀 사슴이 뛰어놀고
천지연 폭포에는 칠 선녀가 달밤에 목욕을 즐기며 
금강산에는 아직도 신선이 살고 있을지 모른다.
다만 우리가 현실에 얽매어 있는 동안 그런 아름다운
몽환들이 우리를 잠시 비켜가지 않았을까?
이제는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동화적인
그런 상념들을 되살려내고, 깊은 곳에 곱게 접어둔
아스라 움 을 살포시 꺼내고, 어제의 나를 되 집어보고, 그래서 
이제는 마음에 여유와 휴식을 가져봄이 어떨까싶다.

                                      2002작품전 준비를 끝내고...
2018-01-16 작가노트-공간 이상의 공간

공간 이상의 공간

바다를 바라본다. 
내가 서 있는 이 섬. 파도가 출렁여 닿을 때마다 한 폭의 그림이 출렁인다. 섬은 분명 제한된 공간이다. 하지만 제주의 자연과 풍경은 공간 이상의 공간을 만든다. 신이 빚어낸 신비한 경관을 내 눈에 담고 다시 화폭에 올려진 그림을 바라본다.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넋을 잃다가 문득 깊은 고뇌에 빠진다. 

눈에 담고 마음에 담아둔 조형적 언어들을 깊게 토해내지 못한 채 기교적인 억지만 화폭에 남은 건 아닐까 반문한다. 제주에 대한 나의 첫 이미지가 너무 강하고 깊게 각인돼서일까? 아니면 제주의 모습에 제주만의 객관적인 기준들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내가 전하고자 하는 조형 언어 중에 그런 것들이 빠진 것일까?

나의 이런 문제는 의욕만 앞서 제주를 너무 가벼운 접근으로 다가간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낳곤 한다. 제주의 문화와 살아온 역사적 흔적들, 삶의 환경과 생활에 대한 인식. 이러한 문제를 덮어놓고 주위 환경의 독특함에만 매료되어 너무 쉽게 접근해 왔던 것 아닌가 늘 반추한다. 내가 만일 제주의 향토색과 토속적인 문화와 전통을 깊게 이해한다고 해서 이런 문제들에 대한 해답이 쉽게 얻을 수 있을까하는 것도 또 하나의 의문이다.

어쩌면 처음부터 불가능한 작업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문제들을 깨닫고 인식하기까지는 제주에 정착한 뒤부터 26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비되었다. 이제 조금씩 느껴진다. 제주의 자연과 풍경 속에는 아름다운 모습들만 존재한 것이 아니라 이곳에 내재한 보이지 않는 또 다른 모습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그래서 보이지 않는 또 다른 모습을 찾아내어 나의 조형적 에너지로 만들어서 화면 위로 끌어내야 한다는 것을. 그러기에 지난 모든 갈등과 불만 그리고 나를 괴롭히며 고민했던 그 시간들이 그저 소모적이지만은 않았다는 생각에 머문다. 그것은 어쩌면 또 다른 표현을 위한 내면의 강한 욕구였을 지도 모른다.

이제는 잠시 붓을 놓을까 한다. 제주의 이곳저곳을 더 깊이 여행하며 새로운 이미지를 정리하는 정신적으로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특히 초가와, 제주의 역사와 함께 해온 투박하면서도 정겨운 돌담들과 모진풍파와 해풍의 시달림 속에서도 서로를 보듬으며 그 자리를 지키는 해송들과 괴이한 형상의 나무들, 이제부터는 그들을 사랑하며 그들과 대화하며 아픔을 함께하고자 한다. 기쁜 마음으로 제주에 뿌리를 내리려 한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내면의 또 다른 공간을 찾아 나만의 조형 언어를 만들어 이 아름다운 자연들을 다시 한 번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 해 보리라.

모든 군더더기를 없애버리고 대자연의 신비를 선계(仙界)의 모습으로 재조명 해보고 싶다. 그 세계가 어쩌면 바로 우리 현대인이 꿈꾸는 이상의 세계 즉 파라다이스, 무릉도원(武陵桃源)이 아닐까? 그래서 그 세계를 탐라의 仙界로 설정해 놓고 그 세계로 뛰어 들어가 마음껏 정신적 자유를 만끽하며 현실에서의 불만과 고민들을 말끔히 털어내 보려한다. 

이렇게 설정된 공간들 속에서 仙界의 모습이 어떻게 비춰지며 미술적으로 얼마만큼 수용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삶의 무게로 눌리고 힘든 현실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잃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안식처가 되길 희망한다. 현실과 이상을 어떻게 조화롭게 이끌어 가야할지 그리고 거기서 얻어지는 에너지를 어떻게 작품으로 승화시켜야 할지가 나의 과제로 남는다.
이제 나도 저 해송처럼 바람 따라 허리를 굽히리라.
                                                          
지난해 봄, 작품을 구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