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Criticism
단상고양이_한해숙
『단상 고양이』 소개

나의 이야기, 너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를 전하는『단상 고양이』

일러스트레이터 한해숙의 대표적인 작품이기도 한 『단상 고양이』는 2012년 2월부터 책으로 묶기 직전까지 근 5년 가까운 시간 동안 작업한 고양이 일러스트를 작가의 글과 함께 엮어 만든 일러스트 수록집이다.

‘단상 고양이’는 [서울 국제 도서전]을 포함하여 개인전과 여러 차례 그룹전을 통하여 대중을 만났고, 다양한 아트 상품으로도 나왔으며 CGV 'I GREEN IT' 일러스트와 드라마에도 등장하면서 독자들에게도 그렇게 낯선 캐릭터는 아니다. 게다가 귀엽고 앙증맞은 고양이 캐릭터와는 거리가 먼 젠틀하고 시크하며 도도하다가도 곁의 친구처럼 애인처럼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단상 고양이의 모습은 ‘어른을 위한 그림책’을 추구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개자로 안성맞춤이란 생각이 든다.  

『단상 고양이』는 크게 여섯 가지 콘텐츠로 구성되어 있다. 제일 처음 프롤로그에서는 ‘단상 고양이’ 캐릭터가 만들어진 이야기며 일러스트 작업하는 데 쓰던 주재료나 캐릭터 이름에 관한 이야기 등 ‘단상 고양이’에 관한 정보와 함께 ‘단상 고양이’를 통하여 독자들과 공감과 소통을 이루고 싶다는 저자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같이(with)’로 묶인 그림에서는 주로 둘 사이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짧은 단상들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하는 편지처럼 메시지처럼 그렇게 달콤하고 따뜻하게 또는 아련하게 그림과 글이 섞여 있어 사랑하는 사람이 떠오르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자신이 단상 고양이에게 이입되기도 한다.

‘따로(alone)’라는 이름으로 묶인 그림에서는 이별 후, 혼자가 되어 누군가를 그리워하기도 하고 혼자 따로 떨어져 드는 감정이 잘 드러나는 글이 일러스트와 함께 어우러져 있다.

‘사이(gap)’에서는 나와 너, 나와 사회, 나와 세계 등 관계 맺어진 존재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단상에서부터 묵직한 주제를 다루는 단상까지 저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면면을 알 수 있다. 진중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도 하고 블랙 코미디처럼 풍자하기도 하면서 저자가 사람들과 사회, 이 세상 ‘사이’에서 관계 맺으며 떠오른 단상들로 채워져 있다.

‘짧은 이야기’에서는 ‘거래’와 ‘비밀나무’라는 짧은 두 단편을 선보이고 있다. 이전까지 한 장의 그림에 하나의 단상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면 ‘짧은 이야기’에 실린 두 편의 단편은 스토리 구성을 갖춘 이야기인 셈이다. 이러한 어른을 위한 단편 그림책이 향후 작가가 추구하는 작업 방식이라고도 한다.

‘책 읽는 고양이’에서는 책과 고양이가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림만큼이나 책을 좋아한다는 저자는 단상 고양이를 통하여 책에 관한 단상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도 그들처럼’에는 명화를 패러디한 작품이 실려 있다. 명화의 느낌이 묘하게도 익살스러운 ‘단상 고양이’ 모습에 담겨 있다.

그저 흔한 고양이 일러스트를 적당히 모아 책으로 묶었다고 말하기엔 『단상 고양이』 책엔 그 이상이 있다. 일러스트는 단상을 적은 글과 함께 어우러질 때 가치를 가지고 짧은 단상들도 일러스트와 만났을 때 글에 힘이 실리는 묘한 조화를 경험할 수 있다. 페이지마다 저자가 직접 쓴 손 글씨도 잔뜩 멋 부리거나 꾸미지 않고 뚝 던지듯 쓴 느낌이라 일러스트와 글과 손 글씨가 참 잘 어울리는 책이다. 저자가 프롤로그에도 밝혔듯 이 책이 많은 독자와 만나 관계를 맺고 소통과 공감을 이뤄 나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