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Criticism
김시현의 보자기, 세상을 품은 아주 특별한 선물_김윤섭
김시현의 보자기, 세상을 품은 아주 특별한 선물
글_김윤섭(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ㆍ미술사 박사)

작품제목을 보면 작가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김시현 작가는 일괄적으로 라는 작품제목을 사용한다. 사전적 의미는 대략 ‘희귀하고 많은 금전적 가치를 지닌 아주 귀중한 메시지’ 정도 될 것이다. 보자기에 싸여 무슨 물건인지 제대로 알 수는 없지만, 그 안엔 뭔가 특별한 것이 들어 있을 것만 같다. 과연 김시현 작가는 어떤 선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김시현 작품은 보자기라는 소재의 특성을 살려 한국적인 이미지를 전하고 있다. 처음부터 보자기가 메인 테마로 등장한 것은 아니다. 보자기 형상을 본격적으로 선보이기 시작한 것은 2009년부터이다. 물론 라는 작품제목도 이때부터 등장한다. 대학 졸업이후 1997년부터 2000년 초반까진 소소한 변두리 풍경을 햇살에 의한 음영효과로 그려낸 수채화 작품들이 주를 이뤘다. 그러다가 2006년에 들어서 <흐름>이란 시리즈 제목을 잠시 사용하다가, 2007~2008년에 라는 통일된 제목을 사용하며, ‘한국적 이미지’에 집중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2004년에도 라는 제목을 간헐적으로 사용했지만, 이때는 한복 입은 여인이 주로 연꽃 혹은 연못을 배경으로 등장하는 평범한 풍경이었다. 2007년에야 비로소 일반 정물과 어우러져, 한국적 문양과 탁자에 깔린 보자기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같은 시기에 이란 제목으로 잠시 천을 활용한 매듭시리즈가 발표되는데, 바닥에 깔렸던 보자기와 이 천 매듭 형상이 합쳐져 지금 작품들의 근간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이때까지만 해도 수채화 기법과 유채를 번갈아 가며 사용했지만, 2009년부터는 유화작품에 매진한다.  

“한국적 감성과 극사실적인 표현을 조합하여 동양의 정신적인 신비로움을 표출하려 합니다. 특히 한국적인 진정한 조형미를 찾기 위해서 다양한 표현방법으로 끊임없이 연구해오고 있습니다. 또한 그 과정에 작가의 내적, 외적 환경과 동시대적 감성 역시 담을 수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작품에 등장하는 보자기 형상은 시각적 이미지를 넘어 상대방과의 아름다운 소통의 창구역할을 할 수 있길 기대합니다.”

김시현 작가는 작품의 메인 소재인 보자기와 배경의 조화로운 어우러짐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인다. 주제를 살리기 위한 배경의 색상처리 또는 부주제와의 관계성에 큰 비중을 둔다. 또한 단순히 보자기의 주름 표현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 들어간 다양한 문양이나, 한 땀 한 땀 손수 놓은 자수 표현까지 극사실적 기법으로 되살려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를 이끌어낼 몇 가지의 키워드를 제공한다. 가령 ‘한국성ㆍ포용성ㆍ모성애&치유ㆍ선물’ 등을 꼽을 수 있겠다.  

우선 ‘한국적 이미지’를 극대화 시켜주는 전통적 표상으로 옛 궁중에서 쓰이는 무늬에 주목했다. 초창기부터 애용한 모란ㆍ봉황ㆍ단청ㆍ오방색동 등과 더불어 최근엔 팝 성향의 이미지도 과감하게 어우러져 색다른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다음으로 보자기가 지닌 ‘포용적인 인상’이 큰 역할을 한다. 보자기의 용도를 단순히 물건을 감싸는 쓰임 외에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제공한다. 모든 물건을 쌀 수 있는 넉넉한 포용성은, 마치 새가 알을 품듯 ‘자식을 품은 어머니’에도 비유할 만하겠다. 그래서 넓게는 김시현의 작품에서 ‘모성애적인 치유’의 넉넉함까지 ‘선물’하고 있다. 그 선물이 바로 김시현만의 중심 메시지를 대변한다.

김시현 작가가 보자기에 남다른 애정을 갖게 된 것은 아주 오래 전부터이다. 대학원 시절 작업 방향에 대해 고민하던 김 작가에게 지도교수는 “너무 멀리에서 찾지 마라. 발아래 가장 가까운 것부터 찾아봐라”는 조언이 계기였다. 그러고 보니, 유년시절부터 가슴 깊숙이 잠들었던 아름다운 추억이 있었다. 그것은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다. 오빠와 언니들이 학교에 가고 나면 집안일 중인 어머니와 오랜 시간을 보냈다. 그때 어린 눈에 불현듯 들어온 것이 바로 어머니께서 시집올 때 가져오신 장롱 속의 형형색색 자수무늬 이불보자기였다.

그것은 영락없이 온전한 프레임을 갖춘 하나의 예술품이나 진배없었다. 그 뒤로 골무며 색동천조각이나 어머니의 반짇고리까지, 또 다른 여러 여성용 소품들도 장난감이 되어줬다. 그렇게 작가와 함께 자란 어릴 적의 감성은 어느덧 김시현에게 예술가적 영감의 원천이 된 것이다. 분명 2차원의 평면성을 지닌 보자기지만, 그 어떤 3차원의 대상이라도 고스란히 싸안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큰 매력적이다. 여기에 사각 프레임에서 벗어나 보자기 싸인 형상을 그대로 살린 변형 캔버스 역시 더 큰 조형적 재미를 선사한다.

최근엔 풍부한 스토리텔링 만들기에도 주력하고 있다. 특정 대상을 보자기로 싼 형상성에 ‘읽는 재미의 문학적 코드’가 더해졌다. 물론 다양한 문화의 혼재, 동서양의 조우 등 ‘서로 다름의 융합’이란 주제 설정은 변함이 없다. 특히 보자기 미학을 통해 삶속에 즐기는 대중적 소비문화로 승화시키는 탁월한 감각을 지녔다. 궁중 대례복 문양의 바탕표현, 겸재 정선 <인왕제색도>를 차용한 보자기에 카라 꽃, 코카콜라 문양 보자기에 칠보봉황 비녀, 조선 순조의 차녀 복온공주(福溫公主) 활옷 문양을 활용한 보자기에 루이비통 권총의 콜라보까지 흥미로움의 연속이다.

“이전의 작품에선 보자기이미지를 화면 중앙에만 놓아 직설적인 화법이었다면, 이번엔 민화(民畵)식 그림이미지를 적극적으로 강조했습니다. 예를 들어 민화의 대표적 모란이미지와 보자기가 한데 어우러지면서 동시에 생경함을 전하려 했습니다. 예로부터 ‘모란은 부귀영화’라는 공식이 통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마침 ‘보자기’와 ‘복(福)’의 한자 발음마저 유사하여 남다른 재미를 전합니다. 그리고 보자기 그림의 재료기법 면에도 동양미학의 정수로 꼽히는 민화를 서양화구인 유화재료로만 그린 겁니다. 비록 서로 다른 상반된 이미지의 만남이지만, 그 안에서 나름의 새롭고 긍정적인 융합의 기운이 발현되길 희망하기 때문입니다.”  

작품의 제작과정을 살펴보면 프로적 근성이 더욱 빛을 발한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보자기들은 대개 김 작가가 직접 제작한 것이다. 특정한 문양이나 그림이미지를 골라 컴퓨터 작업을 거쳐 실크 천에 전사한다. 그 다음엔 다양한 기물을 싼 보자기를 적당하게 연출하여 고화질 사진촬영을 거친다. 이를 참고해서 밑 작업을 마친 캔버스 화면에 직접 스케치 한 후 ‘초벌칠-묘사작업-건조’ 등의 후가공을 거쳐야만 최종적으로 바니쉬를 칠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일반인이 회사에 출근하듯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반복한다. 특히 작업의 집중력을 위해 TV 대신 라디오를 선택했다는 대목에선 그 집요함이 짐작된다.

김시현 보자기는 실용적인 도구 그 이상의 존재감이다. 보자기에 화려한 색채와 문양을 수놓은 것은, 주는 이가 받을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표하기 위함이다. 그 소통과 교감의 상징인 보자기 작품에 일관되게 라는 제목을 내세운 것도 그 연장선으로 여겨진다. 나아가 그 안에 품고 있는 ‘특별한 궁금증과 설렘’은 보는 이에게 주는 보너스 선물인 셈이다. 받는 이의 감성과 경험에 따라 제각각으로 해석되는 김시현의 보자기 작품은 행복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토크박스 역할을 대신한다.□

작가소개 | 김시현(1971~) 작가는 충북 진천에서 태어나 인천대 서양화과 및 홍익대 미술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했다. 그동안 국내외에서 31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광주디자인비엔날레ㆍ방글라데시비엔날레ㆍ부산비엔날레 등을 포함해 240여회의 기획단체전에 초대되었다. 수상경력으로는 제23~24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입상, 제4회 대한민국 여성미술대전 대상, 제1회 남농미술대전 최우수상, 제13ㆍ17ㆍ21회 한국수채화공모전 특선 등이 있다. 김 작가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ㆍ서울시립미술관ㆍ양평군립미술관ㆍ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ㆍ주일 한국대사관저ㆍ중동 예멘대사관ㆍ신용보증기금본사ㆍ주필리핀 한국대사관저ㆍ한남더힐 커뮤니티센터ㆍ바레인대사관ㆍ세종호텔ㆍ(주)SACㆍ㈜엘라스켐ㆍ호텔 프리마 등을 비롯해 여러 곳에 소장되어 있다. ARTKIST 레지던시 제1기(2013~2014)를 지냈고, 현재는 한국미술협회 회원과 전업작가로서 백석예술대학교에 출강 중이다.

필자소개 | 김윤섭은 미술평론가로서 명지대 대학원 미술사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월간 미술세계 편집팀장, 월간 아트프라이스 편집이사를 역임했다. 현재는 국립현대미술관 및 서울시립미술관 작품가격 평가위원, (사)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전문위원, 대한적십자사 문화나눔프로젝트 아트디렉터, 교보문고 교보아트스페이스 기획위원, 숙명여자대학교 겸임교수, 2017서울국제조각페스타 전시감독,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

The Precious Message - 소중한 메시지_이승훈
The Precious Message - 소중한 메시지

작가 김시현은 자신의 오리지널리티를 찾아가는 과정을 지금까지의 작업에서 보여주어 왔는데 이 과정에서 한국적이고 여성적인 상징물로서 보자기라는 모티브를 발견하고 이 보자기에 담긴 상징적 요소 위에 작가 자신의 내면적인 것들을 담아내면서 이를 소통도구로 삼아 자신의 작업 담론을 드러내고자 하는 일관된 조형작업을 해왔다.
보자기는 본래 물건을 전달하거나 보관하기 위한 실용적인 도구였다. 그러나 보자기는 단순한 도구에 그치지 않고 종교적 염원과 바램을 위한 주술적 도구이자 예절과 격식을 갖추기 위한 의례용 도구 이기도 했다. 보자기에는 그 천 위에 ‘福’이나‘壽’와 같은 글을 넣어 행복과 장수를 비는 주술적인 소망을 담기도 하고 십장생, 용, 봉황 등과 같은 품위와 격 그리고 멋을 위한 소재로 여러 가지 색채와 문양으로 넣기도 하였다. 그러므로 보자기 그 자체가 기호와 상징 그리고 색채와 장식으로 구성된 예술품이자 주술적 도구이며 예를 갖춘 특별한 커뮤니케이션의 도구이기도 하였던 것이다.
작가 김시현은 이 도구를 다시 자신의 조형적 언어를 전달하는 매개체의 하나로 선택하여 관객과의 대화를 시도 하고자 한다. 보자기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지만 한국의 전통문양이 새겨진 보자기를 보면 한국인의 핏줄을 타고 내려오는 그 어떤 전통적인 것들을 환기시키는 듯한 상징들을 읽을 수 있게 되기도 하고 다른 한편 어머니가 자식에게 전해주었던 보자기처럼 장식적이지 않은 보자기에서도 글이나 말로는 전달할 수 없는 그 어떤 무언의 메시지가 담겨 있는 듯 한 느낌을 받게 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기는 하나의 사물이 아니라 언어와는 다른 차원의 이미지적 소통 도구이며 예(禮) 와 혼(魂) 그리고 정(情)과 같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지극히 한국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특별한 매개적 이미지로 보여진다.
그러므로 김시현의 작업에서 보여지는 화려하게 장식되거나 정성스럽게 매듭지어 감싸져 있는 보자기에는 보자기라는 도구에 싸여 있음으로 인해 사물들이 감추어져 그 보자기 속의 사물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The Precious Message"라는 작품 명제에서 말하듯 포장된 도구의 특별한 장식성으로 인해 이미 소중한 메시지들이며 특별한 전언일 것으로 읽혀지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작가는 자신이 표현하는 보자기에 담겨있는 메시지에 대한 의미를 부각시키기 위해 극사실적인 표현으로 보자기 자체가 갖고 있는 문양에 시선을 가져가게 하기도 하고 여타 장신구와의 컴퍼지션을 조절하고 작품 속의 사물에 대한 시선을 다양한 위치로 변화시키는 것을 통해 작가의 시각 방식을 제시하면서 관조적 거리 두기를 하거나 혹은 다른 시선으로 이 전통적인 사물에 대해 바라볼 수 있도록 관점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것은 그의 작업에서 배경공간을 화려하게 빛나게 하거나 어두운 공간 속에 두어 보자기에 주목시키고 그 이미지 읽기의 문맥을 바뀌도록 하여 보자기 자체 이미지가 담고 있는 네러티브 뿐만 아니라 그 이면에 담겨있는 메시지와도 마주치도록 유도한 시각적 장치를 만들어 내는 방식과도 유사하다. 
작가는 이러한 시각적 장치들을 통하여 극사실적 묘사로 인해 보자기가 그려진 화폭의 표면에만 머무를 수 있는 시선들이 보자기 이미지 이면에 감추어진 의미의 세계에까지 확장되도록 하고자 하는 것이며 이미지 너머 사유의 영역까지를 작업 속에 담아내고자 하는 것이다.
이것은 사물의 재현에서 오는 감성적인 부분으로부터 시작하여 사색의 공간까지 관객의 시선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조형적 전략으로 일상언어로는 커뮤니케이션 할 수 없는 곳에서 언어가 아닌 다른 채널을 통해 보자기라는 이미지를 기호적인 구조로 만들어 내고 바로 이지점에서 작가의 내적인 시각을 담아 메시지를 전달하고 소통 하고자 하는 것이다. 

사이미술연구소 이승훈 

보이는 보자기가 보여주는 보이지 않는 매력_박균호

보이는 보자기가 보여주는 보이지 않는 매력

 

보자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단순히 가난과 구시대의 산물은 아니다. 일찍이 이어령 선생은 보자기를 통해서 한국 문화의 원형 그리고 나아가 ··일의 문화를 비교하고 서양 문화와의 비교하는 중요한 밑거름이 있다고 생각했다. 보자기를 물건을 싸는 목적으로 사용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이 대표적이다. 알다시피 가방은 우리나라 고유의 물건이 아니다. 가방에 밀려 구식으로 밀려난 보자기는 현대사회에서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유연함(flexible) 자랑한다.

 

접고 휘어지는 플렉시블(flexible) 휴대폰이 원형이 보자기의 원형과 같다고 본다. 가방으로 있는 것은넣는 밖에 없지만, 보자기로 있는 행위는 다양하다. 깔다. 뒤집어쓰다. 덮는다. 늘어뜨린다. 묶는다. 닦는다. 싸다 등이 그것들이다. 융통성과 관련해서 대조적인 가방과 보자기의 관계는 의자와 방석에도 적용된다. 의자는 융통성이 없이 누가 앉건 간에 정해진 모양을 유지한다. 반면 방석은 융통성이 넘치는 물건이다. 물건을 꺼내고 나면 납작 엎드려서 주인의 부름을 기다리는 보자기처럼 방석은 공간의 여백을 쓸데없이 차지하지 않는다. 사람이 일어서면 벽장이나 장롱으로 들어간다.

 

 

물건이 둥근 모양이든, 각진 모양이든, 세모난 모양이든 보자기는 물건의 모양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수도, 입을 수도, 묶을 수도 있다. 안에

보자기, 이데아와 메타포_전준엽
보자기, 이데아와 메타포

무라카미 하루키의 최근작 ‘기사단장 죽이기’는 화가가 이야기를 끌어간다. 하루키 소설답게 현실과 판타지가 버무려져 특별한 상상 공간을 보여준다. 화가가 주인공이어서인지 이 소설에는 그림이 중요한 연결 고리로 작용한다. 작가의 생각을 대신해 이야기를 환상적으로 펼치는 촉매제다. 
예술의 주제와 표현하는 형식에 대한 하루키의 생각도 담겨 있다. 이는 ‘현현하는 이데아’와 ‘전이하는 메타포’를 부제로 붙인 작가의 의도에서도 드러난다. 이데아는 작가가 말하고 싶은 내용으로 작품의 주제다. 이를 전달하는 것이 메타포다. 작가의 생각을 담은 이데아는 작품에서 끊임없이 나타나지만 콕 집어내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 접근하기 쉽게 안내하는 것이 메타포다. 메타포는 상황에 따라 모습을 달리한다. 독자는 이를 따라가며 이야기에 빠져든다. 이게 예술을 즐기게 되는 이유다. 
사람들의 생각은 메타포 없이도 전달된다. 오히려 더 명확하게 보인다. 신문 기사가 그렇다. 그러나 여기에는 울림이 없다. 사실만 알 뿐 공감하기가 쉽지 않다. 메타포가 필요한 것은 생각을 입체적으로 전달해 공감을 얻고 오래도록 가슴에 새기기 위함이다. 메타포의 적절한 활용이 예술이 될 수 있는 조건이 되는 이유다. 세상의 모든 예술 작품에는 메타포가 들어 있고, 명작일수록 기발한 메타포가 존재한다. 
김시현의 작품에도 뛰어난 메타포가 등장한다. 그가 선택한 메타포는 친근하면서도 변신이 가능하다. 작품의 내용이나 주제에 따라 모습을 달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시현은 보자기를 그린다. 솜씨 좋게 잘 그린 보자기는 화려하기까지 하다. 그림에 등장하는 보자기는 무언가를 포장한 상태다. 보는 이들은 보자기의 사실감에 빠져들면서 보자기 안에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한다. 작가의 생각이 감상자의 마음에 파종되기 시작한 셈이다. 
어떤 생각일까. 보자기가 가진 인문학적 가능성이다. 김시현은 보자기의 다양성과 실용적 효용성에서 예술의 기능을 보았던 것이다. 여러 가지 가치와 사고, 세대별 편차가 공존하는 이 시대 예술의 정체성을 묻고 있다. 
보자기에는 우선 물건을 포장하는 기능이 보인다. 내용물의 크기나 모양에 따라 부피와 형태를 달리한다. 모든 것을 품어 안는 포용성을 갖고 있다. 물건을 싸는 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다. 머리에 쓰거나 목에 두를 수도 있고, 얼굴을 가리거나 쪽잠을 위해 이불처럼 덮을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상처를 위한 응급조치까지도 가능하다.
이처럼 다양한 쓰임새와 함께 은유적 표현에도 적합하다. 선물을 품위 있게 해주고 마음을 슬며시 보여주는데도 제격이다. 김시현이 보자기를 그리는 이유는 이 모든 것을 모두 담고 있다. 바로 보자기의 마음이다. 따라서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보자기는 메타포인 동시에 이데아인 셈이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writer@bizhankook.com 

'보자기'의 표피 아래 감추인 조형적 구조에 대하여_이승훈
'보자기'의 표피 아래 감추인 조형적 구조에 대하여

작가 김시현의 작업에서는 화려한 색채와 장식적인 문양이 특징적으로 보이는 '보자기'의 이미지와 그 '보자기' 안으로 무엇인가 양감만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형체가 드러난 '보따리' 모양의 형상이 발견된다. 
한국적 정서가 담겨 있는 '보자기'의 이미지와 문양은 지속적으로 한국 고유의 정서를 드러내는 특정한 시각적 신호를 발생시키고 있는데, 이와 함께 단순하고 소박해 보이는 '보따리'라는 모양새는 가방이나 상자 등 물건을 나르는 다른 여타의 용기와는 달리 내용물의 형상이 어느 정도 드러나게 된다는 점에서 마치 한국인들의 정서적 태도처럼 직설적이지 않지만 강하게 내면의 정서를 연결시키는 방식의 시각적 구조로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작가가 작품명제로 제시하고 있는 'precious Message'가 암시하는 것처럼 내용물이 직접적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무언가 소중한 물건이 담겨 있음직한 상황을 드러내는데 효과적인 방법으로 보인다.  
그런데 작가가 그려내는 시각적 상황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작가는 그의 작업과정에서 몇 가지 독특한 조형적 시도를 하고 있음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먼저 3차원 현실 공간을 지시하는 일루젼적 재현 공간과 평면적 지지체 공간 사이의 긴장과 균형을 이루어내는 조형적 관계성에 대한 것이다. 
사실 회화의 역사에 있어서 사실적 재현의 문제와 지지체 구조에 대한 문제는 오랫동안 중요한 논의 주제가 되어 왔지만, 여기서 작가 김시현이 채택하는 재현의 방법은 붓터치 하나 없는 극사실적 표현과 터치가 어느 정도 살아있는 표현적 재현의 중간지점에 있음을 보게 된다. 전자가 환영에 의해 지시되는 원본적 실제에 종속되는 재현적 표현물이라는 점에서의 예술품의 위치를 말한다면 후자는 원본적 실제와 관계하면서도 예술품 자체의 또 하나의 창조적 실제로의 새로운 원본적 위치를 점유하는 예술가의 창조물로서의 예술품의 위치를 확인하는 지점일 것이다. 
작가는 보따리에 쌓여있는 귀중한 메시지가 담겨 있는 실제적 상황을 지시하는 회화적 재현을 시도하면서도 동시에 이 회화적 표현 자체가 귀중한 메시지 자체가 되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작가 김시현의 작업은 한 대상을 극대화하고 자세한 묘사를 한다는 점으로 인해 일견 극사실주의, 포토리얼리즘의 방식을 취하고 있어 보이지만 가까이 근접해서 작업을 관찰해 보면 작가는 붓터치를 어느 정도 남겨두고 있으며 어느 정도 드로잉적 선묘의 느낌을 남겨두고자 하였다. 사진적 극사실성 그 자체 보다는 작품내의 대상과 배경공간과의 관계 혹은 작품의 화면과 작품이 설치될 공간과의 관계와 같은 상호 텍스트적 호응 방식에 따른 이미지의 적절한 표현법을 고민하고 있는 것이며, 극사실적 일루젼이 연출해 내는 3차원적 환영공간과 2차원적 평면일 수 밖에 없는 회화적 한계 사이를 적절한 균형을 갖고 유지할 수 있는 절충지점을 찾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이러한 긴장과 균형을 모색하는 작가의 독특한 경향은 2차원적인 상태인 '보자기'와 3차원적 상태인 '보따리'의 관계에서도 나타나고 있으며 캔바스 내의 대상물과 배경공간 심지어는 캔바스 자체와 캔바스가 설치될 전시공간 사이에서도 일어나게 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작가는 때로는 캔바스의 하드엣쥐(hard edge)가 드러나는 모서리를 모두 제거해 버리고 보따리와 같은 대상물의 형상 그대로가 캔바스 모양이 되도록 대상물의 실루엣을 그대로 도려낸 형태의 변형 캔바스를 만들어 쓰거나 기존의 캔바스를 이용하더라도 보따리가 놓여 있을만한 투시법적 배경 공간을 그려내지 않고 오히려 평면적이거나 장식적인 형태의 심리적 메타포 공간으로서의 배경을 대상물과 구별하여 등장시키기도 한다. 회화작업의 지지체를 윈도우적 시각 구조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조형언어의 상응되는 구조의 다른 한축으로 보고자 하는 것이다. 
<중간 생략>

'보따리'가 '보자기'의 표피를 갖고 있기에 표면상 '보자기'일 수 밖에 없음에도 '보따리'라는 특정한 명칭으로 불리게 되는 것은 그 안에 담겨있는 물체의 모양에 지배를 받는 형태의 종속성으로 인함이다. '보따리' 자체는 독립적 형상을 특정화하기 시키기 어렵다는 이야기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따리'의 보편적 형상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은 '보자기'와 그 '보자기' 안에 감싸진 내용물 간의 긴장감 속에서 '보따리'라는 물체의 전형적 형상을 떠올리게 되는 습관적 기억 재생 방식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결국 작가 김시현은 회화적 재현의 문제에 있어서 재현 대상으로서의 원본이라는 실체적 상황과 작가의 창작물로서의 원본의 실체적 상황에 대하여 긴장과 균형관계 아래 양자를 연결시키는 시도를 통해 원본성의 의미와 회화적 재현에 대한 질문에 대한 자신만의 시각방식을 던져주고 있다. 또한 회화적 표현, 특별히 사실적 표현에서 표피적으로 재생되는 환영으로서의 공간 이면에서 아우라적 실체로 다가오게 되는 의미의 체계에 대한 관심에서 비언어적 영역인 정서와 심상의 세계에 대한 조형적 표현의 가능성에 대해 실험해 오고 있으며 이를 시각언어를 통해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의 한 방식으로  'Precious Message'라는 특정한 주제의 작업들을 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사이미술연구소 이승훈
The Precious Message-이승훈
The Precious Message

작가 김은옥은 자신의 오리지널리티를 찾아가는 과정을 지금까지의 작업에서 보여주어 왔는데 이 과정에서 한국적이고 여성적인 상징물로서 보자기라는 모티브를 발견하고 이 보자기에 담긴 상징적 요소 위에 작가 자신의 내면적인 것들을 담아내면서 이를 소통도구로 삼아 자신의 작업 담론을 드러내고자 하는 일관된 조형작업을 해왔다.
보자기는 본래 물건을 전달하거나 보관하기 위한 실용적인 도구였다. 그러나 보자기는 단순한 도구에 그치지 않고 종교적 염원과 바램을 위한 주술적 도구이자 예절과 격식을 갖추기 위한 의례용 도구 이기도 했다. 보자기에는 그 천 위에 ‘福’이나 ‘壽’와 같은 글을 넣어 행복과 장수를 비는 주술적인 소망을 담기도 하고 십장생, 용, 봉황 등과 같은 품위와 격 그리고 멋을 위한 소재로 여러 가지 색채와 문양으로 넣기도 하였다. 그러므로 보자기 그 자체가 기호와 상징 그리고 색채와 장식으로 구성된 예술품이자 주술적 도구이며 예를 갖춘 특별한 커뮤니케이션의 도구이기도 하였던 것이다.
작가 김은옥은 이 도구를 다시 자신의 조형적 언어를 전달하는 매개체의 하나로 선택하여 관객과의 대화를 시도 하고자 한다. 보자기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지만 한국의 전통문양이 새겨진 보자기를 보면 한국인의 핏줄을 타고 내려오는 그 어떤 전통적인 것들을 환기시키는 듯한 상징들을 읽을 수 있게 되기도 하고 다른 한편 어머니가 자식에게 전해주었던 보자기처럼 장식적이지 않은 보자기에서도 글이나 말로는 전달할 수 없는 그 어떤 무언의 메시지가 담겨 있는 듯 한 느낌을 받게 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기는 하나의 사물이 아니라 언어와는 다른 차원의 이미지적 소통 도구이며 예(禮) 와 혼(魂) 그리고 정(情)과 같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지극히 한국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특별한 매개적 이미지로 보여진다.
그러므로 김은옥의 작업에서 보여지는 화려하게 장식되거나 정성스럽게 매듭지어 감싸져 있는 보자기에는 보자기라는 도구에 싸여 있음으로 인해 사물들이 감추어져 그 보자기 속의 사물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The Precious Message”라는 작품 명제에서 말하듯 포장된 도구의 특별한 장식성으로 인해 이미 소중한 메시지들이며 특별한 전언일 것으로 읽혀지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작가는 자신이 표현하는 보자기에 담겨있는 메시지에 대한 의미를 부각시키기 위해 극사실적인 표현으로 보자기 자체가 갖고 있는 문양에 시선을 가져가게 하기도 하고 여타 장신구와의 컴퍼지션을 조절하고 작품 속의 사물에 대한 시선을 다양한 위치로 변화시키는 것을 통해 작가의 시각 방식을 제시하면서 관조적 거리 두기를 하거나 혹은 다른 시선으로 이 전통적인 사물에 대해 바라볼 수 있도록 관점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것은 그의 작업에서 배경공간을 화려하게 빛나게 하거나 어두운 공간 속에 두어 보자기에 주목시키고 그 이미지 읽기의 문맥을 바뀌도록 하여 보자기 자체 이미지가 담고 있는 네러티브 뿐만 아니라 그 이면에 담겨있는 메시지와도 마주치도록 유도한 시각적 장치를 만들어 내는 방식과도 유사하다. 
작가는 이러한 시각적 장치들을 통하여 극사실적 묘사로 인해 보자기가 그려진 화폭의 표면에만 머무를 수 있는 시선들이 보자기 이미지 이면에 감추어진 의미의 세계에까지 확장되도록 하고자 하는 것이며 이미지 너머 사유의 영역까지를 작업 속에 담아내고자 하는 것이다.
이것은 사물의 재현에서 오는 감성적인 부분으로부터 시작하여 사색의 공간까지 관객의 시선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조형적 전략으로 일상언어로는 커뮤니케이션 할 수 없는 곳에서 언어가 아닌 다른 채널을 통해 보자기라는 이미지를 기호적인 구조로 만들어 내고 바로 이지점에서 작가의 내적인 시각을 담아 메시지를 전달하고 소통 하고자 하는 것이다. 

사이미술연구소 이승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