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Criticism
새로운 이야기, 혹은 시․공간에 대한 저항_미술평론가 박정수

평론(2002-2006년 작품위주)

새로운 이야기, 혹은 시․공간에 대한 저항

미술 평론가 박정수

 

지나간 과거에 대한 기억은 존재했음이 분명하지만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시간과 공간이다. 

조각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혜선의 작품이 그러하다. 작품을 보면 일반적으로 쓰이던 물건이 엉뚱한 장소에 놓인다. 그 물건은 실제로 쓰던 것임에도 전혀 새로운 장소에서 발견된다. 전혀 새로운 물건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그럼에도 익숙하게 보아왔던 그 물건이라는 사실을 버릴 수 없다. 모양이나 쓰임새를 재현하며,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어도 원본이 지닌 본질을 온전히 재현하기는 힘들다. 그러고 보면 길가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돌맹이하나라도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있나 보다. 작품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작가는 문창살을이용한다. 그런데 전시장에 놓여있는 문창살은문창살이아니다. 사회와 단절을 이야기하는 벽이거나 가정에서 말을 잊은 차단된 인성 같기도 하다. 창살에는 우리가 흔히 쓰던 밥그릇이 붙어 있다. 이렇듯 예술가의 눈에 비친 어떤 물건은 보통사람이 보는 물건보다 확장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혜선은 무엇인가를 만들고 칠을 하고 무수히 많은 실타래를 단지 안에 넣거나 쏟아붓기도한다. 간장이나 고추장이 들어가야만 하는 항아리에 우리네 이불보(복자와 학이 들어간 약간은 촌스러운)를 덧씌어배치하거나 하면서 무엇인가를 이야기 한다. 

피카소는 아들이 가지고 놀던 자동차를 원숭이 머리로 만들어 예술 창작에 대한 폭동을 야기하기도 했다. 보이는 그대로 만을 가지고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출입문이 되는가 보다. 일상에서 발견되는 보통의 사물을 통해 인간의 욕망을 객관화 하거나 상징 기호로 발전시키고 있다.

작가는 작품들 속에 자신의 역할을 최소화함으로써 작품에 대해 무관심한 관람객을 강제로 참여시키는 방법을 활용한다. 죽은 나무기둥을 화분에 꽂고 물을 준다. 이는 생명이 이미 존재하지 않음에도 시간과 역사라는 자양분을 제공한다. 단청이나 문양이나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색상을 칠하면서 시간과 공간에 대한 저항의식을 보여주고 싶어 한 것이다. 

어디에 쓰였던 물건일까? 장도리를 닮은 나무는 분명 어디에선가 쓰임새 있던 물건이었다. 시간과 사용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어떤 물건이 존재하는 그대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차용하여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낸다. 무척 복잡한 과정이다. 대상을 모방하여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두면서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죽은 나무 물건 위에 단청문양을 넣고 통상적 장식이 아니라 전혀 다른 무엇으로 변신을 꾀한다. 변신된 나무 물건에 실을 동여매고, 매듭장식을 흘러내리게 하였다. 도상학적 의미론에 의해 시간과 공간, 삶과 죽음, 예견된 미래상황을 지시하고 있는 듯하다. 작품에 등장하는 실재 나뭇가지가 ‘삶과 죽음’을 이야기 하고 흘러내린 매듭 천을 ‘죽음에 대한 치유’ 정도로 이해한다면 작품을 적당히 감상하는 것이다. 오방색을칠하고 단청의 무늬를 그려놓고 ‘이것은 장식할 수 없는 장신구’라는 기초적 단상에 머물러서는 도저히 그의 작품에 접근하기가 어렵다.

이혜선에게 오방색과단청의 문양은 전통을 ‘흉내’낼 뿐이며 언어 기호 또한 전통을 ‘흉내’낸 기호로서의 ‘지칭’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익숙함에 대한 약속일 뿐이지 실제 그가 조성해내는 예술언어 자체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시간과 공간, 자아에 대한 부정과 긍정의 대입관계 속에서 사회에서보다 본질적인 대립의 위반적인 상황을 즐기고 있는 거 같다.

현실이라는 가치 속에서 자신이 느끼는 철학적 불합리를 작품으로 끄집어낸다. 그러한 한편으로 희망을 만들고, 시간과 공간이라는 추상적

 상황을시각적으로보여주고 있다


ž전통과 현대의 융화ž

ž전통과 현대의 융화ž

-이혜선 개인전에 초대하며-신천지 미술관 대표 정관모 2001

 

 

이혜선은 옛날에 있었던 미적요소들을 도출하여 현대 조형언어로 표현하고 있으며 나름대로의 독자적 세계를 확립하고 잇습니다.ž거의 조각에서 단청, 비녀, 장신구, 머릿단, 실타래, 꽃문, 항아리, 나뭇가지 등등, 사물의 구체적 형상을 볼 수 있는데, 그 물체들은 본래의 기능을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고 작가의 특별한 조형의지에 의해 선택된 오브제로서, 병치된 타 상황과 조화를 이루면서 그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ž그의 오브제들은 박물관에 진열된 어둡고 을씨년스러운 박제성에서 벗어나 산업사회 이후에 신장된 한국문화의 기류를 보여주듯 밝고 화려합니다. 

이혜선 조각을 좀더 요약한다면, 전통미의 요소들을 현대조형에 접목시켜 새로운 조각의 형식을 추구했고 국력신장이라는 메시지를 조형화한환타지아를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ž이혜선은 니제시작의 단계에 있고, 뛰어난 재능과 의욕도 겸비하고 있어 그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으리라 고 봅니다.

한국 전통 색과 문양, 오브제들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조각

평론

 

한국 전통 색과 문양, 오브제들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조각, 설치되는 작품으로 ‘변하는 시대 속에서 지나간 모든 것이 가치를 갖고 아직 공간속에 존재한다.’는 가정 하에 우리가 간과하며 지나친 것들에 조형적 장식을 구성하며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다. 보자기, 밥그릇, 문창살등 과거 우리 삶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물건들에 한국 전통 오방색과 기하학적 문양을 입히며 새로운 미적 가치를 더한다.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담은 이 오브제들은 작가의 현대적 감각으로 배치되며 공간을 형성한다. 

- 워싱턴 한국문화원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