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가치를 담다_최솔구 | |
공간-가치를 담다
아이였을 때 저 멀리 있는 산을 보며 그 넘어의 세계에 대해 생각하며 가슴이 두근대던 시절이 있었고, 산과 들로 뛰어다니며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는 전통적 한국적인 모습과 색감이 어느새 나에게 각인이 되어 작품을 표현하는 데에 근본이 되고, 주재료가 되었다.
서양식 교육을 받고, 나날이 발전하는 사회 속에서 산 너머를 보며 더 이상 두근거리지는 않지만, 잊지 않고 하나씩 꺼내볼 수 있는 전통적인 이미지들과, 감정들은 창작의 기점이 되어 새로운 공간의 조형세계를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그 속에서 가장 잘 표현하고 싶었던 부분은 ‘가치’라는 대상이 인간과의 관계에 의하여 지니게 되는 중요성이었다. 아주 일반적이고, 별로 특별하지도 않아서 거의 인식하지도 못하던 부분에 ‘가치’를 이입시켜 하나의 공간으로 재탄생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며, 일상 주변의 환경은 시대적인 상황에 의해 변화하고, 유행이라는 단어 속에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가치를 찾아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본인의 창작 작품이 시작되어졌다.
그 가치의 표현 방법으로는 과거 속에서 발견할 수 있거나, 습관적으로 행해왔던 익숙한 행동들을 무한히 펼쳐지고 공간의 가치를 보여줬던, 한국의 전통적인 문양이나 오브제 등을 차용하여 조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지난 20여년간 이혜선 작가는 잊혀지고 사라져가는 것들에 텍스트를 덧입히는 작업을 지속해 왔다. 호미, 키, 족두리, 땋은 가채, 노리개 같은 토속적 사물들부터 단청의 오정색과 오간색, 문문양 등 전통적 조형 요소들이 작품의 소재/주제로 등장한다. 이러한 모티브들은 ‘한국인’이라는 집단적 정체성을 드러내고자 채택된 것이 아니며, ‘전통’이라는 레이블을 달고 박물관에 박제된 ‘한국성’과도 거리가 멀다. 그보다 비도시지역에서 유년기를 보낸 기억을 간직하면서 여전히 전통적 관례를 지키는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는 자신을 전근대와 현대 두 세대에 걸친 매개자라고 여기는 작가의 실제 삶에서 채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제례용품을 모아 놓은 마을 창고와 당집에서의 숨바꼭질, 행복과 장수를 기원하며 소복하게 쌓아올린고봉밥, 어머니가 수 십년동안소중히 모신 신주단지를 감싼 색동 상자, 혼수품으로마련되었으나 궤짝에서 40년 간 방치되었던 비단 옷감 등은 시간의 연속성을 품은 공간을 생성하는 질료로서 소환된다. 현대사회에서 쓰임새를 잃고 밀려나거나 대체된 것들의 개별적 서사에 주술적 염원을 엮어내는 작업은 ‘아직 공간 속에 존재하는 지나간 모든 것들의 가치’를 발굴하는 미적 실천의 일환이 된다.
글 : 최솔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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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 색과 문양, 오브제들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조각 | |
한국 전통 색과 문양, 오브제들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조각, 설치되는 작품으로 ‘변하는 시대 속에서 지나간 모든 것이 가치를 갖고 아직 공간 속에 존재한다.’는 가정 하에 우리가 간과하며 지나친 것들에 조형적 장식을 구성하며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다.
보자기, 밥그릇, 문창살 등 과거 우리 삶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물건들에 한국 전통 오방색과 기하학적 문양을 입히며 새로운 미적 가치를 더한다.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담은 이 오브제들은 작가의 현대적 감각으로 배치되며 공간을 형성한다. - 워싱턴 한국문화원 20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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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이야기, 혹은 시․공간에 대한 저항_미술평론가 박정수 | |
새로운 이야기, 혹은 시․공간에 대한 저항 평론(2002-2006년 작품위주) - 미술 평론가 박정수
지나간 과거에 대한 기억은 존재했음이 분명하지만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시간과 공간이다. 조각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혜선의 작품이 그러하다. 작품을 보면 일반적으로 쓰이던 물건이 엉뚱한 장소에 놓인다. 그 물건은 실제로 쓰던 것임에도 전혀 새로운 장소에서 발견된다. 전혀 새로운 물건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그럼에도 익숙하게 보아왔던 그 물건이라는 사실을 버릴 수 없다. 모양이나 쓰임새를 재현하며,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어도 원본이 지닌 본질을 온전히 재현하기는 힘들다. 그러고 보면 길가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돌맹이하나라도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있나 보다. 작품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작가는 문창살을이용한다. 그런데 전시장에 놓여있는 문창살은 문창살이아니다. 사회와 단절을 이야기하는 벽이거나 가정에서 말을 잊은 차단된 인성 같기도 하다. 창살에는 우리가 흔히 쓰던 밥그릇이 붙어 있다. 이렇듯 예술가의 눈에 비친 어떤 물건은 보통사람이 보는 물건보다 확장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혜선은 무엇인가를 만들고 칠을 하고 무수히 많은 실타래를 단지 안에 넣거나 쏟아붓기도한다. 간장이나 고추장이 들어가야만 하는 항아리에 우리네 이불보(복자와 학이 들어간 약간은 촌스러운)를 덧씌어배치하거나 하면서 무엇인가를 이야기한다.
피카소는 아들이 가지고 놀던 자동차를 원숭이 머리로 만들어 예술 창작에 대한 폭동을 야기하기도 했다. 보이는 그대로 만을 가지고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출입문이 되는가 보다. 일상에서 발견되는 보통의 사물을 통해 인간의 욕망을 객관화 하거나 상징 기호로 발전시키고 있다. 작가는 작품들 속에 자신의 역할을 최소화함으로써 작품에 대해 무관심한 관람객을 강제로 참여시키는 방법을 활용한다. 죽은 나무 기둥을 화분에 꽂고 물을 준다. 이는 생명이 이미 존재하지 않음에도 시간과 역사라는 자양분을 제공한다. 단청이나 문양이나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색상을 칠하면서 시간과 공간에 대한 저항의식을 보여주고 싶어 한 것이다. 어디에 쓰였던 물건일까? 장도리를 닮은 나무는 분명 어디에선가 쓰임새 있던 물건이었다. 시간과 사용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어떤 물건이 존재하는 그대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차용하여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낸다. 무척 복잡한 과정이다. 대상을 모방하여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두면서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죽은 나무 물건 위에 단청문양을 넣고 통상적 장식이 아니라 전혀 다른 무엇으로 변신을 꾀한다. 변신된 나무 물건에 실을 동여매고, 매듭장식을 흘러내리게 하였다. 도상학적 의미론에 의해 시간과 공간, 삶과 죽음, 예견된 미래상황을 지시하고 있는 듯하다. 작품에 등장하는 실재 나뭇가지가 ‘삶과 죽음’을 이야기 하고 흘러내린 매듭 천을 ‘죽음에 대한 치유’ 정도로 이해한다면 작품을 적당히 감상하는 것이다. 오방색을칠하고 단청의 무늬를 그려놓고 ‘이것은 장식할 수 없는 장신구’라는 기초적 단상에 머물러서는 도저히 그의 작품에 접근하기가 어렵다.
이혜선에게 오방색과 단청의 문양은 전통을 ‘흉내’낼 뿐이며 언어 기호 또한 전통을 ‘흉내’낸 기호로서의 ‘지칭’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익숙함에 대한 약속일 뿐이지 실제 그가 조성해내는 예술언어 자체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시간과 공간, 자아에 대한 부정과 긍정의 대입관계 속에서 사회에서 보다 본질적인 대립의 위반적인 상황을 즐기고 있는 거 같다. 현실이라는 가치 속에서 자신이 느끼는 철학적 불합리를 작품으로 끄집어낸다. 그러한 한편으로 희망을 만들고, 시간과 공간이라는 추상적 상황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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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현대의 융화_신천지 미술관 대표 정관모 | |
전통과 현대의 융화
이혜선은 옛날에 있었던 미적요소들을 도출하여 현대 조형언어로 표현하고 있으며 나름대로의 독자적 세계를 확립하고 있습니다. 거의 조각에서 단청, 비녀, 장신구, 머릿단, 실타래, 꽃문, 항아리, 나뭇가지 등등, 사물의 구체적 형상을 볼 수 있는데, 그 물체들은 본래의 기능을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고 작가의 특별한 조형 의지에 의해 선택된 오브제로서, 병치된 타 상황과 조화를 이루면서 그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의 오브제들은 박물관에 진열된 어둡고 을씨년스러운 박제성에서 벗어나 산업사회 이후에 신장된 한국문화의 기류를 보여주듯 밝고 화려합니다. 이혜선 조각을 좀더 요약한다면, 전통미의 요소들을 현대조형에 접목시켜 새로운 조각의 형식을 추구했고 국력신장이라는 메시지를 조형화한 환타지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혜선은 이제 시작의 단계에 있고, 뛰어난 재능과 의욕도 겸비하고 있어 그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신천지 미술관 대표 정관모 20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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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스테인리스에 전통을 더해 신공간 창조', 이혜선 'Space, there' | |
'반짝이는 스테인리스에 전통을 더해 신공간 창조', 이혜선 'Space, there'
보자기, 밥그릇, 문창살 등 과거 우리 삶 속에서 흔히 접했던 물건들에 한국 전통 오방색과 기하학적 문양을 입혀 새로운 미적 가치가 탄생한 작품들이 전시장을 가득 메웠다.
설치 작품처럼 보이지만 이 작업들은 조각가 이혜선이 성신조각회 2018 올해의 작가상 수상 기념으로 7월 25일부터 서울 인사동 미술세계 갤러리에 펼쳐놓은 '공간의 가치를 담다'란 타이틀의 개인전에 등장한 작품들이다.
작가는 "변하는 시대 속에서 지나간 모든 것이 가치를 갖고 아직 공간속에 존재한다"란 가정아래 우리가 놓치고 지나친 것들에 대해 조형적 장식을 구성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 작품이라 설명한다.
전시 타이틀 '공간의 가치를 담다(Space, there)'전에 나온 작품은 스테인리스스틸 그릇에 한국 전통의 문(門) 문양을 새겨 넣은 작품으로 '가치를 담다'란 의미를 담고 있다.
타지에 있는 가족을 위해서 매일 밥을 퍼놓거나 첫새벽에 길은 맑고 정한 우물물인 정화수를 떠놓고 매일 그 가족의 '안녕'을 빌던 어머니의 마음을 느끼게 하는 의미에서 시작된 작품이다.
이혜선 작가는 "사람을 마음의 넓이나 깊이를 비유하는 그릇에 가족의 '안녕'을 비는 어머니의 마음을 담아낸 가치를 담았다. 어머니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소망'이 담긴 공간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전통적 문의 문양은 옛 선조들의 생활공간에 깃든 소원들이 이루어지기를 빌며 만들어져 문에 새겨졌다고 알려졌다. 문을 보면 그 공간을 알 수 있듯이 모든 원하는 복들이 서로 질서 있는 문양을 이루어 형성된 한국전통적 문양을 '소망(WISH)'가 담긴 공간에 표현하기 적당하다"고 말했다.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담은 이 오브제들은 작가의 현대적 감각으로 배치되어 또 다른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전시는 7월 30일까지.
출처 : 왕진오 기자_이코노미톡뉴스(시대정신 시대정론) |
ARTIST Critici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