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Criticism
조각가 박종민에 대한 평론_조각가 박종민 작품의 특징_윤범모 (미술평론가)

조각가 박종민에 대한 평론

by 윤범모 (미술평론가)

조각가 박종민 작품의 특징

 

불상과 여체, 참으로 흥미로운 소재이다. 불상은 彼岸(피안)의 아름다움을 의미한다면 여체는 此岸(차안)의 아름다움을 의미한다. 그동안 여체 조각으로 일가를 이루었던 박종민이 근래 불상을 깎았다.

 

돌을 깎는다는 것은 곧 도를 닦는다는 것, 그런 각오로 작가는 작업을 했을 것이다. 작가는 돌에 새로운 생명성을 부여한다. 작가는 돌과의 대화를 통하여 형상을 추출해낸다. 돌과의 교감이 없으면 형상을 만들어내기 어려워진다. 조각가 박종민은 이태리 카라라 유학생 출신답게 유럽산돌을 즐겨 다룬다. 이태리 흰 대리석으로부터 포루투갈 분홍색 대리석이나 벨기에 검은 대리석등을 주로사용한다. 이들 돌은 독특한 질감과 색깔 때문에 특이한 효과를 자아낸다.

 

박종민의 불상작품은 聖像(성상)이라는 측면에서도 여타의 작품과 차별성을 보인다. 불상은 일반 미술작품과 달리 나름대로의 도상학이라든가 法悅(법열)의 이미지를 간과할 수 없게 한다. 그렇게 때문에 불상 제작은 일반 미술작품과 다른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무엇보다 我相(아상)을 버려야 하라라. 게다가 불상의 전통을 감안하면서 작가적 창의성까지 가미시켜야 하기 때문에 일반 미술작품보다 어려운 것이다. 조각가 박종민의 불상은 8세기 통일신라시대의 불상 전성기 작품과 거리가 있다. 한마디로 우리 민족의 위대한 미술품인 토함산 석굴암과 다른 분위기이다. 박종민은 이른바 세련미 대신에 소박하고 토속적인 아름다움을 선호한다. 그는 삼화령 미륵세존처럼 4등신 불상을 좋아한다.

 

이는 여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8등신 서구적 늘씬한 S자형 여체보다 5등신 정도의 시골스런 여체를 선호한다. 박종민은 완숙미보다 투박한 아름다움을 선택한다.

 

<연꽃을 든 관음보살입상> <施無畏印(시무외인) 아미타여래입상> <합장 관음보살 입상> <禪定印(선정인) 여래 좌상> <석가모니 좌상> <삼매속의 보살좌상> 등을 통하여 박종민의 불상세계를 확인할 수 있다. 이들 작품은 무엇보다 단순미를 추구하면서 불상 자체가 지니고 있는 깨달음의 세계와 아름다움의 세계를 구현하려 했다. 단순한 선은 직선을 과감하게 활용하기도 하며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눈동자를 구체화 시키지 않고 먼 곳을 바라보는 모습은 일종의 久遠(구원)의 상이다.

 

특히 박종민은 불상의 뒤면까지 비중을 두어 소홀히 하지 않았다. 이는 마치 김복진이 금산사 미륵전 본존상을 제작하면서 마케트(계룡산 소림원 봉안) 뒷면의 옷주름까지 아름다움을 가미시킨 것을 생각하게 한다. 불상은 깨달음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특성이 있다. 조소작가 가운데 불상을 깎는 작가가 드문 것은 이렇듯 불상 특유의 어려움 때문일 것이다. 우리 시대 우리의 불상작품에 도전하는 일반 조소작가가 다수 출현하기를 기대할 따름이다.

 

박종민의 여체는 역시 5등신 정도의 키가 작으면서도 토속적 인상을 자아내는 여인상들이다. 작가는 경주 분황사 인왕상의 5등신 비례를 하나의 교과서처럼 참고했을 것이다. <봄봄> <문득> <하늘아>

 

<수줍음> <기다림> <순이> 등 여체는 도시적 세련미 혹은 서구적 아름다움과 거리가 멀다. 그의 작품은 민요가락을 읊조리게 하면서 소박미를 동반한다. 그의 작품은 돌의 맛을 느끼게 하면서 칼 맛도 느끼게 한다. 단순한 조형은 직선과 더불어 둔한 곡선미도 감지하게 한다.

 

박종민은 흔치 않은 구상의 석조 조각가이다. 노동을 통하여 아름다움을 창출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그는 민족미를 염두에 두면서 우리 시대의 미술 즉 시대정신을 간과하지 않으려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의 미술입문에 민족미술가 오윤의 존재가, 그리고 불교미술 부분에 장충식의 훈도가 있었음은 특기할 사랑이리라. 불상과 여체, 흥미로운 소재이다. 이를 한자리에서 감상 할 수 있는 개인전은 시사하는 바 적지 않으리라 믿는다. 깨달음과 아름당무의 직설적 비교에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 과연 피안과 차안은 별개의 것인가.

 

'부처'와 '여체의 美'가 만났다

'부처'와 '여체의 美'가 만났다

 

박종민씨, 경주 남산 불상서 받은 감동 현대감각 재해석

 

번뇌와 속박에서 벗어나 깨달음을 얻은 부처와 속세의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는 여체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북촌미술관에서는 불교미술과 조각을 전공한 박종민 씨의 개인전이 27일까지 열린다. 최근 작업한 불상과 여체 30여 점이 선보인다. 여체 조각으로 일가를 이루었던 박종민 씨가 경주 남산에서 본 수없이 많은 불상에서 받은 감동을 돌에 새겼다. 그의 불상은 부처의 근엄함과 깨달음을 현대적 세련미로 재해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시장에 놓인 박종민의 여체는 늘씬한 팔등신 대신 모두 아담한 사등신의 모습을 하고 있다. 매끈한 대리석에 조각된 사등신의 투박한 여체는 한국적 인상과 더불어 여유로움까지 담고 있다. ‘봄봄’ ‘문득’ ‘수줍음’ ‘기다림’ ‘순이’ 등 이름만으로도 정감이 느껴지는 조각 앞에서 서면 귀에 익은 민요가락이라도 흘러나올 듯 하다.

 

이탈리아 카라라 국립미술관에서 조각을 공부한 박종민 씨는 돌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이번 전시회에는 유럽 각 지역의 특색있는 대리석을 만나는 또 다른 즐거움이 기다린다. 이탈리아산 흰대리석으로 조각한 토루소(다리가 없고 머리와 몸통만 있는 인물상) ‘한가로운 시간’은 비너스의 모습을 연상시키고, 포르투갈 분홍 대리석으로 빚은 ‘봄봄’은 밭일 나간 남편을 기다리는 아낙네의 다소곳함이 전해진다. 이탈리아산 갈색 대리석으로 만든 ‘대지에 피는 꽃은 이집트 여신의 모습을 하고 있다. 벨기에 검은 대리석으로 된 토루소 ‘나비’는 여인의 꿈을 표현하며 생명을 얻었다.

 

미술평론가 윤범모 씨는 “노동을 통해 아름다움을 창출하는 그의 작품에는 민족적인 미학을 염두에 두면서도 미술의 시대정신을 간과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며 “피안(彼岸)의 아름다움인 불상과 차안(此岸)의 아름다움을 의미하는 여체를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는 흥미로운 전시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02)741-2296

 

장선화 기자 india@sed.co.kr

 

출처 : 불교닷컴(http://www.bulkyo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