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NEWS
2018-01-15 Korean [2012 미술세계 작가상 수상 선정-출판기념 초대전 서문]
손영선의 南道 40년, 色을 품다
2012 미술세계 작가상 수상 선정-출판기념 초대전
10. 21금 - 10. 27목
opening  2011. 10.  21  pM6:00
목포시 문화예술회관
전남 목포시 용해동 924-1  Tel 061-270-8487

南道 40년, 色을 품다
손영선은 목포에서 남도의 향기를 화폭에 담아내고 있다.
대지를 가르는 빛의 파장을 순간적으로 포착하여 이를 대상에 적용시킴으로써 ‘추상적 구상’이라는 형식실험과 더불어 목가적이면서도 생명 충만한 자연의 풍정을 한 차원 높게 응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작품 세계는 ‘브라질 상파올로 미술관 초대전’, ‘오지호미술상 기념 초대전’, ‘전남미술 50년전 기념 초대전’ 등 2백여회가 넘는 초대전과 백여회가 넘는 기획 및 회원전을 통해 발표 된 바 있다. 아울러 작가는 ‘대한민국미술대전’, ‘미술세계 대상전’, ‘목우회 미술대전’, ‘전라남도 미술대전’ 등의 심사위원을 역임하였고 목포 시민의 상, 남농 문화예술상, 전남도 문화상, 한국예총 예술문화대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2012 미술세계 작가상 수상자로 선정된 작가는 목포과학대학 교수로 20여년을 근무하였다. 현재 신작전, 목우회, 신형회, 청조회 회원으로 활약하며 자연을 분석하여 형상을 집약하는 작품을 모아 목포문화예술회관에서 수상 선정기념 및 “南道 40년 色을 품다”展을 준비하며 창작에 전념하고 있다.

남도의 빛과 색 - 서정성의 현현
이경모/월간미술세계 편집장(예술학 박사)
손영선은 남도의 정취를 빛과 색으로 재현함으로써 미묘한 대기의 파장을 포착하고 이에 의해 이룩된 풍경은 대상과 공간이 서로 대위되거나 또는 조화됨으로써 향기 높은 회화적 매력을 발산한다. 대상은 생기를 머금고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가 하면 공간은 마치 스펙트럼처럼 색을 발산하거나 분할함으로써 자연의 가치와 이의 숨은 원리에 대하여 생각게 한다. 그가 그린 풍경은 단순한 재현의 결과물이라기보다는 공간과 색채, 질료와 형태의 실험이라는 모더니즘의 접근방식과 남도의 땅과 이에 스민 역사성 탐구라는 이중적 의미를 함의 한다. 이를 통하여 작가는 현대미술의 조형적 가치를 탐색하고 인간이 의지하여 삶을 영위하는 땅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빛과 대기의 연금술
손영선이 관찰한 자연은 절대자의 모습처럼 웅혼하면서도 숭고한 면면을 보여주고 있다. 하늘과 바다, 산과 들을 분할과 통합의 원칙에 의해 구획한 화면은 인접한 모든 것을 하나의 유기체로 관찰하면서도 세상의 모든 비속을 감싸 안을 듯한 여유로움을 보여준다. 화면 전반에 간간이 드러나는 유형, 무형의 형태들은 작가가 의도한 부분과 재료의 물성에 의해 자연스럽게 드러난 흔적들이 서로 어우러져 생명 충만한 명상적 공간으로 거듭나게 하고 있다. 특히 화면 안에서 우리의 시선을 끄는 강한 원색과 무채색조의 어울림은 그가 이전에 등장시켰던 주요 알레고리들, 즉 농가나 어선, 인물과 산하(山河) 등의 차이를 허물고 통합에 의한 원초의 지평으로 되돌아갈 것을 권면한다. 그것은 작가가 낳고 자란 고향에 대한 애정일 수도 향수일수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분주한 일상생활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고, 우리들로 하여금 지나간 일을 안타까워 할 유예기간을 갖게 하면서 그 의미를 곰곰이 생각하게 하는 동인(動因)으로 작용한다. 아울러 그것은 가까이 다가서면 멀어지기 때문에 멀리서 벅찬 가슴으로 바라보아야 할 무지개와도 같이 우리를 끝없는 시상(詩想)으로 이끌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의 삶의 지속성을 위해 필요한 심리적 적응과 서정적 세계로 귀결된다. 아울러 우리는 그의 그림에서 생명 충만한 빛과 대기의 움직임을 목도한다. 그것은 구름 떠있는 하늘에서 뿐 아니라 화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들과 바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인상파적 접근방식으로 대상을 관찰해서라기보다는 40여년 자연을 관찰하면서 이를 표현해온 작가의 감성이 남도의 경관과 풍취에 적합한 색채와 기법으로 이를 재현해 내기 때문일 것이다. 고향의 정경과 작가의 정서가 물아일체를 이루면서 삶의 치열한 공간은 명상적 공간으로 거듭나고 대기는 빛을 발하며 산하는 생명 충만한 시적 공간으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추상과 구상의 접점에서
필자가 손영선의 화면에서 주목하는 점은 명쾌한 형식미 속에 드러나는 그윽한 회화적 깊이이다. 이 점은 그의 정서가 탈회화적인 것을 보아 넘기지 못하는 것에서 연유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보다 직접적인 원인은 그가 선택해 쓰는 재료에서 기인한다. 주지하다시피 손영선은 캔버스를 지지대로 사용하면서 유채라는 전통적 재료를 선호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작업을 추상과 구상의 접점에 위치시키고 있는데 이는 재료 자체가 작품의 내용을 구축한다는, 즉 재료의 물성(物性)을 중시하는 모더니즘미술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회화적 본질의 표현에 있어 ‘순수실재는 주관적인 내용, 또는 개념과 병렬적으로 존재한다’는 오늘날의 회화관과 부합된다는 점이다. 즉, 순수실재를 구체화하기 위한 방법적 수단으로써 작가는 자연의 대상들을 땅과 물, 대기 등 물질의 항구적 요소들로, 자연의 색채들을 청, 적, 황 등 몇몇의 기초색채들로 환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자연의 색채와 형태에 예속되지 않는 회화적 대상은 작가 자신의 내적 경험에 의해 구체화되고, 이것이 관객들에게 파급되어 그들 역시도 자신의 세계관과 경험에 의거하여 이를 자유롭게 해석하게 된다. 결국 이는 어떤 사실적 표현보다 폭넓은 해석의 여지와 미적 체험을 제공하며, 보다 큰 공감을 확보하는 동인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일체의 개념적 설명을 거부하는 손영선의 회화는 그 자체가 자연의 모방일지도 모른다. 단지 손영선은 고전미학에서 말하는 자연의 외관을 모방(imitation)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존재를 모방(mimesis)한 것이 된다. 다시 말하면 그는 산자락에 걸린 구름의 아름다움을 멀리서는 사생한다기 보다는 구름이 걸려있는 산자락에 올라 희뿌연 수증기로 현시된 구름의 본질을 그린다는 말이다. 그러면 손영선은 구름 속에 존재하며 구름을 그리고자하는 어리석은 몽상가란 말인가?  그러나 그는 낙원을 그리지는 않는다. 존재하는 것의 단편들을 제시할 뿐이다.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그의 그림은 향유의 대상이 아니라 사유의 대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의 사유를 외부에 주입시키고자 하지 않는다. 어떤 의미로 규정된 완성태가 아니라 그저 관객의 사유의 폭과 경험에 따라 자유스럽게 읽혀지는 가능태란 이야기다. 다시 말하면 그의 그림은 ‘색채와 형태를 재현적 기능에서 해방시키고, 미술을 가시세계를 모방한다는 오랜 임무에서 해방시키고, 더 나아가 억압된 자아의 내면세계를 해방’시키는 자유의 연금술 같은 모습을 지닌다. 극도의 단순함을 추구하면서 이 단순함을 극복하는 기지, 비재현적 방식으로 자연의 본질을 재현하는 역설, 이것이 손영선의 수사학이자 예술적 접근방식이기도 한 것이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더욱 자연과 닮아있다.
자연을 색채로 환원하다
한편 손영선은 사람의 눈이 외계를 지각하는 것과 같은 사물의 표현에서 일탈하여 그의 내면에 환기되는 주관적인 분위기를 표출하기 위하여 색채를 자립적으로 사용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것은 과거 그의 그림이 대상의 특징을 감각적으로 포착하고 이에 따른 시각적 단조로움을 상쇄하기 위하여 화려한 색채를 화면에 제시함으로써 일정 성과를 거둔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이러한 그의 작업관은 ‘자연’이라는 주제어에서 잘 나타나지만 정물이나 기타 생명과 연관된 기표들의 등장, 원색과 무채색조의 대비 등에서 보다 극명하게 나타난다. 그가 지속적으로 천착해 온 자연 이미지들 화면의 추상적 경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하나의 대상으로 존재한다. 이 이미지들은 격정적인 색면에 매몰된 듯하다가도 여전히 스스로 형태론적 위상을 유지하면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부각 시킨다. 그의 화면에서 색과 형태들은 서로 다른 관계 속에서 상호 존립함으로써 전체구도에 기여하는 개별적 대상들을 창조한다. 이 때 구성요소들은 색을 완화시키거나 생기 있게 할 목적으로 물성과 결합하여 색을 강조하거나 또는 그 반대로 작용한다. 그런 가운데 손영선의 그림에서 우리는 대기를 통과하는 빛의 파장과 그 안에서 몽유하는 형상들의 신비로운 움직임을 목도할 수 있다. 우리가 자연의 본질을 탐색하는 그의 번민을 하나의 이룰 수 없는 단순한 욕망으로 가볍게 보아 넘길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고독하고 지난한 작업과정을 통하여 수많은 작품을 만들어 왔지만 탈기법의 기법을 통하여 구현 해낸 에너지의 파장은 작가 개인의 미적 욕망을 뛰어넘어 예술적 생명력의 총화로 거듭나고 있다.
2018-01-15 Korean [2012 초대전 인사말]-백용현
초대의 글

  여름 내내 뜨거운 볕 아래서 무르익었던 곡식들이 열매를 맺는 계절, 가을이 다가왔습니다. 하나의 존재를 숙성시켰던 것은 비단 흙이 전하는 영양분 뿐 아니라, 고단한 기다림의 인내이기도 했습니다. 오랜 세월 남도를 주제로 열정과 인내로 작업에 매진해 온 손영선 선생에게도 긴 세월에 걸친 작업의 정수를 보여주는 개인전은 이런 가을과도 같은 시간일 것입니다. 이번 <손영선의 남도 40년, 색을 품다>전은 내년 서울에서 개최될 2012 미술세계작가상 수상 선정 기념전에 앞서 열리는 그의 예술적 본향인 목포에서 그의 40년간의 작품세계를 만나 볼 수 있는 의미있는 전시입니다. 

올해로 창간 28주년을 맞이한 미술세계는 ‘작가와 함께’라는 모토로 미술전문지로서 생생한 미술 현장의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KOAS를 비롯한 각종 특별 기획전의 개최를 통하여 특유의 예술성을 담지한 작가를 발굴하고 조망하는 일에도 주력해 왔습니다. 이중 특유의 미감과 통찰력이 담긴 시선으로 조성된 손영선 선생의 작품세계는 가히 주목할 만한 것이었습니다. 서양화적 미디엄을 사용하고 있지만 한국적인 방법론으로 접근해 들어가는 그의 자연풍경은 포근한 정감으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을 진지하고 열정적인 자세로 작품 활동에 임해 온 손영선 선생은 특유의 작품세계를 인정받으며 한국화단에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만물이 결실을 거두는 이 풍요의 계절에 탁월한 한국적인 정서로 남도의 자연미 넘치는 풍경을 화폭에 담아내는 손영선 선생의 작품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2011. 10
월간 미술세계 대표이사 백 용 현

2018-01-15 Korean [2012초대전 축사]-정종득
축 사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보이는 모든 것이 작품이 된다는 결실의 계절에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서양화가 손영선 화백의 개인전이 열리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하면서, 진심으로 축하를 드립니다.

예술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창작 활동에 전념해 오시고, 진한 미술사랑을 뜨거운 열정으로 녹여 수작을 빚어주신 화백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온 산하가 물감을 풀어 놓은 듯한 계절에 화백님의 그림세계에서 접할 수 있는 물감과 빛의 조화는 우리에게 감동을 안겨주고 바쁜 일상속에서 잃어버렸던 여유와 사색을 되찾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손영선 화백은 우리나라 구상화단의 거목으로 지칭되는 오지호 화백의 예술적 계보를 잇는 작가 중의 한 사람으로 평가를 받으면서 지역화단을 묵묵히 지켜오고 있습니다. 후학양성에도 힘써 능력과 자질을 갖춘 신인을 발굴하여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등단의 길을 열어주는 등 지역 미술인 저변확대에도 열정을 쏟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예향 목포’의 맥을 이어가는 뜻 깊은 일에 정진해 주시기를 부탁드리면서, 이번 전시회에 미술 애호가들의 발길이 이어지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초대전에 열과 성의를 다해 주신 손영선 화백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앞날에 더 큰 보람과 성취가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2011. 10
목포시장 정 종 득

2018-01-15 Korean [남도작가 작업실 방문기]-청주 초윤
남도작가 작업실 방문기
청주 초윤

적절한 시기에 다사다난했던 일들을 내려놓고 바람결 따라 남도를 다녀오기로 결정했다. 작가를 만나 뵈러 가기로 한 것이다. 목포에 가기로 결정한 것은 작가와의 대화 중에 쉽고도 자연스레 결정된 일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 전시회와 작업실을 일부러 찾아다니는 마당에 손수 작업실을 보여준다니 이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작가를 처음 뵌 것은 파인아트리 청주 모임에서였다. 그동안 목포 - 청주간 교류전에서 보여 준 손작가의 작품은 내 감성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따뜻하고 정감있는 작가의 작품이 좋아 교류전 때마다 그의 작품 앞에서 서성이곤 했다. 그런 작가를 파인아트리 청주 모임에서 볼 수 있다는 말에 '어떤 작가일까?' 라는 궁금증이 일었다.
청주 예술의 전당에서 작가를 처음 보던 날, 그는 사진에서 보던 모습만큼이나 푸근해 보이고 친근감이 느껴지는 모습으로 전시장에 들어서고 있었다. 모습에서도 그림을 많이 닮아있었던 것이다. 그 날 작가는 청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에게 그림과 관련해서 많은 말을 해주었다. 그림을 그리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좋은 말들이었다. 그런 그의 작업실을 실제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니 그림을 그리는 입장에서 더없이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었다.
작가의 작업실은 작가가 전시장에서 보여주는 전시회 이상으로 많은 것을 말해주는 공간이다. 단순히 작업 공간으로써의 의미만을 지니지 않은, 작가의 고민과 아이디어 생성과정, 치열함, 열정 등을 함축하고 있는 매우 사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작업실을 처음 찾았을 때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입이 벌어졌다. 작업실이 두 칸이었는데 그 크기부터가 나를 압도했다. 차곡차곡 쌓여있는 물감들과 작품들, 200호가 넘는 많은 수의 대작들이 그 넓은 두칸의 작업실에 채워져 있었는데 작업 양이 만만치 않아 보였다. 작품을 열심히 하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업실은 정형화되지 않은 작가의 또 다른 전시장이다. 작가는 초기작부터 최근 작품까지 일일이 다니며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밝고 환해서 마음이 다림질한 것처럼 활짝 펴지는 느낌이 든다. 색감은 더할 나위없이 산뜻하고 화사하다. 소재는 주로 남도 풍경이어서 푸근하고 정감이 간다. 그는 연두나 녹색, 노랑 등 원색 계열의 색을 과감하게 작품에 사용함으로써 강한 밝음을 연출하고 있다. 그림마다 드로잉 자국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어 그의 심상을 엿볼 수 있다.
작가는 선을 통해 많은 것을 드러낸다. 선은 작가의 심리적 움직임까지 감지할 수 있는 매개체로서 곧 그 작가를 드러내는 수단이 된다. 그의 작품에서 선은 초기 구상적으로 구획하고 대상을 구별짓는 것으로 시작해서 최근에서 추상적이고 암시적인 형태로 드러나고 있다. 재빠르게 휘갈긴 선이나 일부가 생략된 선, 단순화된 선들은 암시적이고 상징적이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상상을 통해 완성시킬 수 있는 여지를 남겨주고 있다. 결국 작품에서의 선은 작가 자신을 표현하는 가장 직접적인 내면 표출의 수단이 되고 있는 셈이다.
작가는 작업을 하면서 몇 가지를 염두에 두고 작업에 임한다고 한다. 20여년 전에는, 어떻게 하면 자연을 아름답게 그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작업을 해왔다고 했으며 10여년 전에는, 새로운 조형 형식을 고민하고 탐구 하면서 자연의 핵심적인 것만을 뽑아 단순화 시키고 변형시키고자 하였으며 현재는, 그러한 과정을 거쳐 이제는 '자연을 이렇게도 표현할 수도 있구나'라는 깨달음으로 자연에 대한 그만의 새로운 조형언어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작가의 그림이 많은 이들에게 감성적 울림을 주는 것은 그 자신이 남다른 감성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섬세하고도 풍부한 감성을 화면 위에 풀어놓으니 그 작품이 세상에 나가 사랑을 받는 것은 아닐까? 물론 감성만으로 그림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에 못지않은 작품에 대한 열정과 노력, 다작 등 다른 이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작가들마다 좋아하는 풍과 그림을 배워온 역사는 있게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그의 작품에 영향을 주었음직한 스승들의 모습이 읽혀진다. 
그러나 예술에 있어서 배움이 단순히 배움에서 머문다면 큰 의미가 없다. 온고지신(溫故而知新) 정신으로 배운 것을 토대로 새롭게 재창조할 수 있는 면이 필요한데 특히 작업은 자신만의 창조성을 드러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작가 작품을 돌아보면서 동양적 느낌이 나는 작품들도 만날 수 있었다. 동양화에서 느낌직한 여유와 여백의 미가 느껴지는 작품이었는데 화면 한 구석을 환하게 비어둠으로써 여운과 함께 시원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세월이 흐를수록 욕심내던 많은 것들을 덜어내고 비워낸 그림에서는 초월함과 더불어 삶에 대한 높은 경지를 느끼게 해주는데 그의 작품에서도 이와 비슷한 느낌이 일었다. 그러고 보면 그림은 인생을 많이 닮아 있다. 젊었을 때 한창 부리던 욕심을 어느 경지에 가서는 덜어낼 줄 아는 지혜, 그럼으로써 더 많은 것들을 취하게 되는 경지가 삶에서 추구해야 할 진정한 경지는 아닐까?
작업실 한 켠으로 그의 작품에 대한 이력을 담고 있는 사용한 물감들과 사용하지 않고 차곡히 진열되어있는 물감들이 빼곡했다. 100호에서 500호까지 큰 작품들과 캔버스들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작품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는 그의 작업실, 참으로 많은 느낌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동안은 주로 작은 작품들만 보아왔었는데 커다란 작품을 보니 작은 작품들을 감상할 때와는 그 느낌이 사뭇 달랐다. 그러나 작품이 커도 그의 풋풋하고 따뜻한 감성은 그대로 녹아 있었다.
누구에게나 감동을 주고 감흥을 주는 그림을 그리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차가운 이성이 아닌, 그의 따뜻한 감성을 녹여내어 그린 그림들이 많은 이들에게 좋은 느낌과 위안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는 마음을 활짝 열고 많은 것들을 말해주었다. 작품을 함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목표 의식을 확실하게 가지고 작업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가 자연을 어떻게 하면 아름답게 그릴 것인가를 고민하고 연구하면서 그려왔듯이 어떤 그림을 그릴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목표의식을 갖는 것은 작업을 해나가는데 있어서 방향타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며 열정을 가지고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와 더불어 개성적인 작품을 할 것, 감성으로 그림을 그릴 것 등 좋은 가르침이 될 수 있는 말들을 해주었다. 경지이상의 그림을 그리려면 물론 끼가 있어야 하지만 그 끼 이전에 선행되어야 할 것은 다작, 즉 작품을 많이 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작품을 해나감에 있어서 즐겁게 하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이는 그림에도 적용되는 말일 것이다. 그의 놀이터는 바로 이 작업 공간이다. 이 작업 공간에서 그와 작품이 하나가 되어 마치 유희하듯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한 작가라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던 누구나 변화에 대한 강박감을 가지고 있다. 그 변화야말로 창작의 핵심이 될 수 있다. 멈추어 있는 작가는 매너리즘에 빠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강박적으로 혹은 억지로 변해가는 것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손작가는 이러한 변화의 과정을 그만의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수용함으로써 삶의 과정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많은 이들에게 편안함과 위안을 줄 수 있는 작품들을 탄생시켰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손작가를 보면서 작업이나 작품에 대해 참으로 진지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는 그의 삶과도 상통해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작가의 삶은 곧 작품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작품에 대한 열정과 남다른 색채감각, 자기만의 관점과 방식으로 자신의 정서와 감정, 사물에 대한 울림을 독특한 방식으로 소화해낸 이 시대의 탁월한 '감성작가'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작품이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사랑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자신에게 가장 큰 힘으로 버팀목이 되어 주고 있는 가족들에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는 작가의 소박한 바람이 내 가슴 한 켠에 묵직한 울림이 되어 잔잔한 감동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