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Criticism
삶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시와 같은 예술-장준석
삶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시와 같은 예술

장준석(미술과비평 주관, 미술평론가, 문학박사)

 오늘날에는 우주 과학과 통신의 발달만큼이나 사람들의 삶도 다양한 양상을 띠며, 현실의 바탕에서 자아를 실현하려는 경향이 더해지고 있다. 예술적인 표현 역시 과거에 비해 매우 다양해졌으며, 희로애락을 비롯한 온갖 감정 등을 독특한 감성을 지닌 생명력으로 새롭고 진지하게 표현하고자 한다. 진정한 의미에서 미적인 생명력과 삶의 흔적을 찾아 새로운 생명력을 지닌 수준 높은 이미지로 형상화하는 예술인들이 활동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강렬한 원색을 즐겨 사용하여 미적 생명력과 형상성을 담아내는 
영희의 예술세계는 주목할 만하다. 그녀는 지구촌 어느 지역의 삶의 모습이든 가리지 않고 그 본질을 예술적인 언어로 담고자 한다. 고독한 우리 시대 사람들의 실체를 인간적으로 표현하고자 노력해 온 것이다. 그러기에 작가의 작품에는 추상이든 구상이든 삶의 향기가 은은하고도 미묘하게 흐른다. 
 영희의 예술가로서의 삶의 공간은 마치 현대 문명이 다다르기 이전의 자연인의 삶 자체에서 흐르는 듯한 독특한 이미지를 발산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자연의 순수한 이미지를 옮겨 놓은 듯 특유하고 강렬한 원색이 흐른다. 마치 화려한 붉은 꽃들과 노랑 그리고 보랏빛 꽃들이 흙냄새 물씬 나는 황토와 하나가 되어 만개한 공간과도 같다. 그 때문인지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나 추상적인 형상들에는 독특한 감성을 발산하는 자연의 향기가 스며있는 듯하다. 작품들에는 작가의 예술가적인 끼와 기질이 오롯이 담긴 듯하며 프리미티브하면서도 강렬한 색이 조화를 이루면서 하나의 아름다움으로 승화된다. 
 이처럼 인간 본연의 삶과 자연에서 발산된 듯한 독특한 향기는 영희의 작품에서 하나의 미적 하모니를 이룬다. 최근에는 구상보다는 추상성이 강한 작품들이 나타나고 있지만, 그 바탕에는 강렬한 원색과 형상을 토대로 한 삶의 향기가 조화롭게 흐른다. 영희는 특히 인도나 아프리카의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특별한 원시성과 삶의 향수 및 자연적인 정취에 주목해왔다. 이는 타고난 예술적인 기질과 부합되는 면이 있으므로 그녀가 내추럴한 휴머니즘을 특별히 사랑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현대 문명에 노출되지 않은 자연이 주는 원형질이나 인간 본연의 삶에서 자신의 예술적 체질과 하나가 되는 동질성을 자신도 모르게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작가의 예술적 기질은 본래 매우 순수하고 투박하며 자연적이고 휴머니즘적이라 하겠다. 
 이처럼 인간 본연의 삶과 자연을 통해 펼쳐지는 투박한 원색 계통의 작품세계는 마음의 고향처럼 따사롭다. 각박한 세상사에 찌든 마음을 녹녹하게 녹여줄 수 있는 따스한 차 한 잔처럼 부드럽고 열정적인 것이다. 특히 투박한 필치로 자연스럽게 묘사된 사람들의 모습은 마치 가을에 붉은 노을을 배경삼아 황금빛 들판을 여유롭게 걷는 순박한 자연인처럼 느껴진다. 
영희는 이처럼 자연과 하나가 되는 삶을 화면에 담아내면서 인간 본연의 순수성과 생명력을 노래한다. 이 때 그녀에게 형상의 유무는 중요하지가 않다. 인간 본연의 순수성과 자유함을 담을 만한 것이면 무엇이든 소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녀의 작품들은 형상적으로뿐만 아니라 혹은 비형상적으로도 화면에 펼쳐진다. 마치 자연을 보는 듯한 휴머니즘적인 그림들은 자연과 인간의 생명력을 옮긴 것만큼이나 아름다운 것이라 하겠다. 이처럼 지극히 인간적이고 부드러운 작품에는 인간과 자연이 함께 숨 쉬고 살아가는 꿈의 세계가 환상적인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 
 영롱한 아침햇살이 마음에 어렴풋이 느껴질 즈음에 펼쳐질 것만 같은 붉은색과 황색 그리고 푸름이 짙은 자연의 색 등의 향연은 그녀의 예술적 동력이 될 것이다. 시원하고 강렬함에는 마치 자신도 모르게 무엇인가를 받아 외부로 표출한 듯한 열정이 녹아 있다. 이는 아마도 예술가적인 삶을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된다. 그만큼 작가의 작품 세계는 감각적이며 감수성이 진한 내적 생명력과 색의 향연들로 꿈틀거리고 있다. 그것은 원시 시대 인간들의 생존의 동력과도 같은 보이지 않는 힘과도 같으며 자연과 함께 강하고 정열적인 삶을 사는 생명력과도 같다. 작가는 고향 같은 편안함과 순수함을 느끼며 이를 마치 시처럼 예술로 승화시킨다. 
 그 때문인지 삶의 원동력과도 같은 프리미티브한 활력과 엑기스를 담은 형상성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작업하던 당시의 그림들은 투박하고 간소화된 특징을 지녔다. 작가는 인도 등 주로 외국 여행을 하며 국적을 떠나 동 시대를 사는 이들의 순수한 삶에 진한 감동을 받았다. 영희는 그 동안 이를 예술적으로 표출하는 데 많은 공력을 들여왔다. 삶의 내면에 해맑고 순수한 정감이 존재하고 있음을 환기하며 이러한 원형적인 엑기스를 찾고자 노력하였던 것이다. 작가가 찾고자 하는 때 묻지 않은 삶의 순수성이 형상을 지닌 아름다운 생명력으로 동화되고 표현된다. 
 영희는 바로 이 순수한 삶의 원동력을 표현하고자 캔버스에 온갖 방법의 표현을 시도한다. 여러 가지 재료와 도구를 사용하여 본질적인 인간의 순수성을 담아내고자 하기도 하고, 물감을 짓이기거나 나이프 등을 사용하여 긁거나 붙이기도 한다. 이런 반복 행위는 거의 온종일 계속되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 인간의 순수함과 프리미티브한 생명력에 접근한다. 이 때 작가는 남들을 전혀 의식하지 않으며, 어떠한 형상이 나오든 이를 순수하게 받아들이고 사랑한다. 여기에는 휴머니즘적이면서도 원시적인 자연스러움이 존재하며, 미적인 하모니가 흐른다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희의 일련의 작품들에는 조화로움이 존재한다. 그것은 아마도 편안함과 부드러움, 강렬함, 삶의 아름다움, 원시성, 원초성 등의 조화라 하겠다.

  다시 말해 그녀의 작품들은 생명력을 담은 삶의 환희이자 진한 감동이다. 그녀는 그림을 통해 삶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화가이자 시인이기도 한 것이다. 생의 순수함을 찬미하고 노래하는 시인의 목소리는 마치 오월의 신부처럼 맑기만 하다. 

향기를 가진 행복한 여인들-김종근
향기를 가진 행복한 여인들
영희의 <도도하고 사랑스런 여인들>
                                                                                
                                                                                   김종근. 미술평론가

 영희가 그린 화려하면서 환상적인 여인들을 묘사한 작품은 마치 그 모델들에게 말을 걸듯이  여인의 숨겨져 있는 은밀한 매력을 표현하고 있다. 어떤 그림은 샤갈의 회화처럼 따뜻하고 정겹고 , 르느아르 그림처럼 서정적이고 연인을 향한 뜨거운 그리움이 향수처럼 짙은 향기를 풍긴다.

그의 작품 속에 짙고 화사한 마치 가을의 여인 같은 영화 속 여인 같은 인물들은 한눈에 봐도 작가 자신을 연상 시킬 만큼 독특한 감각과 형태로 형상화 한다. 또한 이질적이면서도 낯선 색채를 주저하지 않고 풍부한 색상을 사용하는 부분에서 작가의 내면에 열정을 가지 할 수 있다

자화상이거나 누나의 모습을 닮은 내면의 표정들이 점진적으로 자신만의 양식이 담긴 여인으로 재탄생 되는 것은 작가로서도 반가운 일이다. 특히 지극히 여성적인 인물 속에 여인의 심리적 상태를 간결하게 표현함으로써 오늘날 여류 구상 화가들의 폭을 넓히고 있다.

그리고 그 모습들은 생각해보면 아름다운 꿈을 꾸는 깨어나기 싫은 여인의 표정이거나 초상이다. 무언가를 꿈꾸는 듯 한 몽환적이며 환상적인 표정들, 그 눈빛이나 표정은 더할 나위 없이 따뜻한 시선과 마음을 가진 여인들의 초상이다. 어쩌면 피카소가  “내가 인상파 화가라면 얼마나 행복할까”  라고 한 말속에는 탐미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영희의 그림을 부러워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여인의 순수한 느낌을 강렬한 색채로 변신 시키는  그의 화풍은 대중적이면서 널리 사랑 받을 수 있는 친근함과 안락함의 여인들처럼 화사하다. 부드러운 필치와 섬세한 형태 묘사와 털실처럼 포근한 여인의 얼굴에는 자연스런 윤곽선과 깊고 그윽한 색채로 덧칠해진 고운 살결을 지닌 여인 특유의 붓질과 테크닉에서 더욱 유혹적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영희의 작품들은 르누아르처럼 예술적인 매력이 밝은 색채와 여성적 생명감의 기쁨을 감상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열정을 다한 여인들 초상화이다.

이런 아름다움을 누가 또 그릴 수 있을까? 아름답고 유혹적으로 보이는 꿈을 꾸거나 사색적인 표정의 판타지안 여인은 어딘가를 회상하는 아름답고 행복한 표정들이어서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기쁨과 환희를 담아 낸 우리주변의 여인들, 영희는 곧 아름다운 마음을 갖고 살려는 여인들을 포착하여 화폭 속에서 재창조해 낸다.

화려한 색의 혼합으로 장식된 여인의 환상적인 붓터치, 변형된 얼굴의 형태 묘사는 부드러운 색상의 붓놀림을 통하여 색채와 화해하며 더 할 나위 없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행복한 표정과 고운 살결을 지닌 그의 인물화 속의 여인들은 그의 독특한 색채와 눈빛에서 새롭게 태어나 우리를 향해 윙크를 한다. 

이렇게 인생은 아름다운것이라고 그래서 인생은 아름답게 살아야 한다고 말이다. 영희의 그림을 보면서 우리가 마치 그림속의 주인공처럼 삶에서 행복한 표정을 발견한다면 그의 예술적 목적은 완성 되는 것이리라.